[시각과 전망] 혁신 실종 속 여의도 막말 쇼 엔딩은?

입력 2023-11-14 17:20:19 수정 2023-11-14 19:43:26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이없는 XX"라며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들"이라고 맹비난했다. 한 장관이 전날 자신을 "어린 X"이라고 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어 왔다"고 받아치자 노골적으로 자기편을 편들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때 위장 탈당해 의정 질서를 파괴한 장본인의 자화상이다. 급기야는 한 장관보다 두 살 아래 유정주 의원이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라고 욕하기 릴레이 바통을 받았으니 가관이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 폄하했다. 그는 50세 장관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이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 인생 선배, 한참 검찰 선배를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대로 놔둬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엄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막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김은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 "그분들은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와 비슷한 극언이다.

정동영 전 의장의 발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0석 확보조차 어렵던 당시 한나라당에 천군만마가 됐다. 그 밑바탕에 박근혜표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전 의장은 투표일 직전 의장직과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고, 열린우리당은 호언장담하던 200석 확보에 실패했다. 과거가 그렇다고 민주당의 막말이 국민의힘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까. 희언으로 국민을 능멸하는 걸로 치자면 여(與)나 야(野)나 오십보백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는 정치 토크쇼에서 객석 맨 앞의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미스터 린턴'으로 부르며 영어로 응대해 논란을 불렀다. 인 위원장은 '특별 귀화 1호자'로 당연히 한국인이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의 인식 수준과 행동을 문제 삼으며 "그 행동이 잠재적인 이민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적었다. 인종차별적이어서 미국 같으면 정계 퇴출감이라는 지적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며 인 위원장의 윤핵관·중진을 향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을 분명하게 거부하는 걸 보면 혁신 실종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인 위원장의 '조기 해산' 배수진이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를 살리자고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내팽개치며 혁신 대신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골몰해 질타를 받는 민주당은 그나마 믿는 구석 '개딸'이라도 있다.

금도(禁度)의 언어가 여의도 하늘을 뒤덮은 사이 정치 호러 쇼는 3막, 4막으로 치닫고 있다. 돈 봉투 의혹의 송 전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를 고민 중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항상 뒤늦게 '추미애가 옳았다!'고 후회하시는데…"라며 출마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에 TK 3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조·추·송'이 나오면…완전 땡큐"라고 비꼬았는데 혁신 없이 희망대로 2004년이 재연될까. 최선은커녕 차선, 차악도 모자라 최악을 뽑고 나서야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유권자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