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내전(內戰)에 임하는 자세

입력 2023-11-13 20:08:06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있다. 9일 발의했던 탄핵소추안을 10일 철회했지만, 본회의 일정상 탄핵안이 자동 부결될 것을 우려한 전략적 철회였다. 민주당은 탄핵안 처리가 확실한 이달 말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취임한 지 겨우 두 달 보름이 지났고, 법률을 위반한 적이 없다. 탄핵할 근거가 없으니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탄핵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지난 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헌재가 이를 기각한 것은 7월 25일이다. 170일 가까이 행안부 장관 직무가 정지됐다. 민주당이 노리는 바가 이것이다.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탄핵소추 의결서가 이 위원장에게 송달되면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직무가 정지되면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소집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방통위 직무가 정지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파방송을 쏟아내는 공영방송의 현재 구조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른바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단독 처리, 검사 탄핵안 발의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비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권력 이동은 총포를 동원한 내전(內戰·civil war)이나 쿠데타 또는 혁명을 통해 이루어진다. 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 이동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총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선거'는 '내전'이나 다름없다.

상황이 그럼에도 우파 국민들 대부부은 선거를 '내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선거'(選擧·election)로 인식한다. 그래서 선거일에 다른 일이 생기면 쉽게 투표를 포기한다. 좌파들 또는 멋 모르고 좌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부모님들이 투표하지 못하도록 신분증 감추기 운동을 펼치고, 선거 당일 끊임없이 문자메시지로 투표를 독려하고, 가짜 뉴스를 거리낌 없이 살포하며 필사적으로 임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자는 목소리보다 한국 사회에 기생하거나 (자기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를 약화시키려는 목소리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누가 나라를 말아먹는 정책을 더 많이, 더 그럴듯하게 내놓느냐로 선거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좌파들의 퍼주기 포퓰리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치기 마련이지만 좌파들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명을 늘리고, 자유와 복지를 향상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한 것은 우파 정책이지 좌파 정책이 아니다. 건강하고 풍족한 식사, 청결한 상하수도 시스템, 인적 자원을 키우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좋은 일자리와 총생산 증대, 국부(國富) 축적을 통해 얻은 여유와 건강이 평균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인 것이지 '미국 문화원에 불을 지르고 감옥에 가거'나 '퍼주기'로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이 아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주류 정책은 마땅히 우파적 방향이어야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은 비상한 각오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상대는 죽기 살기 총력전을 펼치는데 설렁설렁 맞서면 그 싸움은 해 보나 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