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의식 강조한 경찰 단체문자에 '부글'…"열정페이 강요"

입력 2023-11-10 17:43:18

경찰 자료 사진. 매일신문DB
경찰 자료 사진. 매일신문DB

서울경찰청이 소속 경찰관 3만여명에게 보낸 문자 한 통에 '열정페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자 자체는 백범 김구 선생의 명언을 인용해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지만 최근 경찰청이 초과근무 신청이 제한되는 날을 확대한 상황이어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1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돈 없어 초과수당 못 준다는 이야기를 뭘 저렇게 포장하냐'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소속 경찰관들에게 "돈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 넘어 일하면 소명입니다. 우리 일의 가치와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왔다. 경찰청이 특정일에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어렵다는 내부 지침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발송된 문자여서 '열정페이'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6일 경찰청은 초과근무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시도 경찰청과 부속기관에 내려보냈다. 해당 계획에는 초과근무 신청이 제한되는 날을 기존 수요일에서 연말까지 수, 금요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경찰관은 "야간 집회가 열리면 경비나 정보 경찰관이 출동한다. 굵직한 사기 사건이나 형사 사건이 발생해도 초과근무를 하는데 앞으로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무급으로 초과근무하라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관은 "부정 수령 근절 메시지는 있었지만 이렇게 초과근무 자제 요구는 처음"이라며 "예산이 동나 고육책을 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경찰관의 '워라밸' 차원 조치이지 예산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뉴스1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다른 지방 경찰청에서 초과근무 시간을 허위 입력해 수당을 부당 수령한 사례가 있어 소명의식을 가져달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