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On] 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 시간 50일 남았다…성공 가능성은

입력 2023-11-10 09:00:00 수정 2023-11-11 06:42:59

◆돌풍의 제3당 조건, 대선주자와 지역기반…이준석 신당은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나?
◆신당 창당까지 50일가량 시간 남아 있어…조직과 자금은 어디에서 충당하느냐가 관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돌풍의 제3당 조건, 대선주자와 지역기반…이준석 신당은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나?

이준석 신당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와 국민의힘 지도부 사퇴 등 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12월 말 신당을 창당해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9일 "영남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며 대구 출마설까지 흘렸다. 말의 강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 전 대표의 말을 보면 창당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는 것 같다. "수권 정당을 하겠다" "군소 정당도 각오가 돼 있다" "비례대표 신당은 안 한다" "간 보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을 만들겠다" "내년 총선은 의미를 찾는 선거로 치르겠다" 정계 은퇴까지 각오할 정도로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화 이후 성공한 제3당은 세 차례 정도 있었다.

원조격은 1992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만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이다. 창당 한 달 만인 92년 3월 총선에서 지역구 24명, 전국구 7명 등 31명이 당선돼 단번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정 전 회장의 고향인 강원도를 비롯해 충청권 등지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했다. 특히 정 전 회장이 '재벌 해체', '반값아파트'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3김 정치에 신물 나던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최불암, 강부자 등 유명 연예인들이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치러진 14대 대선에서 정 전 회장이 3위(16.3%)에 그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 및 정계 은퇴를 했고, 소속 의원들도 잇따라 탈당했다.

15대 총선에서는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자유민주연합이 돌풍을 일으켰다. 민주자유당에서 탈당한 김 전 총리는 96년 15대 총선에서 충청권과 YS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던 TK(대구경북)를 집중 공략해 무려 50석을 얻었다. 대전 7석을 싹쓸이했고, 충남 13석 중 12석, 충북 8석 중 5석을 획득하면서 충청권 전체 의석 28석 중 24석을 쓸어 담았다.

더욱이 반 YS정서가 팽배했던 대구에서 13석 중 8석을 차지했다. 경북에서 2석을 얻었다. 하지만 4년 후 16대 총선에서는 17석에 불과해 원내교섭단체도 꾸리지 못했다. 충청권을 지키지 못했고 TK도 돌아선 탓이었다. 자민련은 JP가 정계 은퇴를 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대 총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도 성공한 사례다. 안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 등이 중심이 돼 2016년 창당해 총선에서 38석을 얻었다. 광주 8석 모두, 전남 10석 중 8석, 전북 10석 중 7석을 차지하는 등 호남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대변되던 친문에 반발해 탈당한 동교동계와 연합해 '호남홀대론'을 내세운 게 성공의 요인이었다.

이런 사례를 제외하면 신당 창당은 대부분 실패했다. 97년 이인제 전 의원은 국민신당, 2007년 문국현 대표는 창조한국당, 2017년 유승민 전 의원은 바른정당 등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제3당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이 전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이 전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신당 창당까지 50일가량 시간 남아 있어…조직과 자금은 어디에서 충당하느냐가 관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양당 체제가 굳건한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이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성공했던 사례를 보면 2개의 조건이 필요했다. 정주영, 김종필, 안철수 등 당시 강력한 대권 후보가 구심점이 됐고, 탄탄한 지역 기반이 있었다.

두 조건이 사라질 때 제3당도 속절 없이 무너졌다. 정주영 전 회장과 김종필 전 총재가 정계 은퇴를 하면서 통일국민당과 자민련이 문을 내렸다. 안철수 의원은 호남 민심이 다시 민주당으로 가면서 국민의당을 유지하지 못했다. 안 의원이 아직도 확고한 자기 정치를 하지 못한 배경에는 지역 기반이 없어서다.

이준석 전 대표가 9일 대구 출마를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적 기반이 없으면 신당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머리 좋은 그가 모를 리 없다. 대구 민심은 이준석을 품을까?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 사례를 보면 쉽게 마음을 내어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TK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신당 후보가 맞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당 후보가 몇몇 당선된다면 TK 정치 지형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치적 몽니' 정도로 보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현행 총선에서 제3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이준석 신당을 두고 여론조사를 하면 20% 전후의 지지율이 나온다. 이 정도 지지율로는 거대 양당이 틈바구니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 어렵다. 운이 좋아 비례대표를 두 자릿수까지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가 말하는 '수권정당'은 되기 어렵다.

이 전 대표는 정치적 감각이 매우 뛰어나지만 거친 언사와 가벼운 처신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여기에다 창당으로 인해 국민의힘도 패하고, 신당도 유의미한 득표를 올리지 못하면 '분열주의자'라는 공격까지 더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그의 정치에 큰 멍에가 될 수 있다.

자금 확보와 조직도 어려운 숙제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조직이 아닌 '이준석 현상'이라는 바람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총선은 이 전 대표 혼자서 치르는 게 아니다. 신당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출마하면 자금과 조직 없으면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한다.

12월 말 창당이라는 데드라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신당 창당까지 50일가량이 남았다. 한국 정치에서 50일이면 여러 상황과 변화가 일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식물정권이 되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