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두려운 감정, 익숙해지니 자유 찾아와
지자체·정치권도 맨발걷기 명소 조성에 총력
대구시의회, 지난달 맨발걷기 지원 조례 제정
대구에서 '맨발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성인병 예방, 불면증 완화, 면역력 증가 등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으로 알려지자 맨발로 도심 공원을 누비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도 맨발걷기 명소를 조성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신발 밑창으로부터 해방…땅의 감촉을 처음 느끼다
지난 4일 오후 호림강나루공원과 대명유수지 제방 일원에서 열린 '2023 억새물결 맨발걷기 대회'. 이곳에선 900여 명의 시민들이 맨발로 대지를 밟으며 전진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들은 호림강나루공원 행사장에서 대명유수지 제방을 돌아오는 약 3.6㎞ 코스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다.
취재진도 신발을 벗고 맨발 대열에 합류해 보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각이 우르르 몰려왔다. 처음 든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혹시나 날카로운 물체나 뾰족한 돌을 밟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걸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신발 밑창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게 됐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시원한 바람이 통했고 걸음이 가벼웠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느낌도 색달랐다. 지면이 울퉁불퉁한 탓에 걷는 동안 발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쓰게 됐고, 발목과 종아리의 근육도 더 많이 쓰는 느낌이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는 강현숙(57) 씨는 "집 근처 맨발걷기 길을 매일 저녁 1시간씩 걷는다. 걷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밤에 잠도 잘 잔다"며 "갱년기 이후 고지혈·고혈압 등 몸에 각종 이상증상이 있었는데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건강과는 별개로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기 위해 맨발걷기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두 달 전부터 맨발걷기를 시작한 박현준(37) 씨는 "퇴근 후 맨발걷기를 하면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맨발걷기를 하고 나면 몸과 정신이 개운해진다. 생활운동으로는 제격"이라고 했다.
◆지자체‧정치권도 열풍 뒷받침…맨발걷기 명소 조성에 총력
맨발걷기 열풍에 발맞춰 대구 곳곳에도 맨발로 거닐 수 있는 황톳길과 산책로 등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9년 앞산공원 산책로를 시작으로 관내 도시공원에 맨발 산책로 15개를 조성했다. 올해 조성된 산책로만 침산공원, 매호공원, 신매공원 등 3곳이다.
이 중 수성구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4곳), 달서구(2곳), 동구(2곳) 남구(1곳) 등 순이었다. 이 밖에도 월광수변공원이나 대구수목원 맨발 산책길 등 각 구청이 조성한 곳도 다수였다.
대구시의회도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태손 시의원(달서구4)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맨발 산책로 등 맨발걷기에 필요한 시설을 조성하고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맨발걷기 지원 조례는 수성구의회와 북구의회도 각각 올해 6월과 9월에 제정한 바 있다.
이태손 시의원은 "맨발걷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과 관리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시민들이 일상 속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조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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