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에 큰 상처 남긴 이태원 참사...올해 '파티' 두고도 갑론을박

입력 2023-10-29 14:58:26

"추모를 자제해야" VS "파티 즐기며 추모할 수 있어"

핼러윈 데이를 앞둔 2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 데이를 앞둔 2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20대 다수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평소에 할 수 없는 유명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상징적인 날이 된 핼러윈 파티와 이태원이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장소에서 159명의 희생자가 생긴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슴 깊이 남은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핼러윈을 두고 '추모를 위해 파티를 자제하는 것이 성숙한 모습'이라는 의견과 '추모와 파티는 별개'라는 이견이 맞붙었다. 온라인상에서 파티 장소로 이태원 대신 홍익대 주변이 거론되자 '그렇게까지 즐겨야 하느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학생 최자연(26) 씨는 "대규모의 사망자가 나온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난 지 겨우 1년인 만큼 올해만이라도 자중하는 게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라며 "당시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위로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외국 문화인 핼러윈 파티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목소리도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하모(25) 씨는 "참사로 인해 핼러윈을 젊은이의 파티, 젊음의 상징 같은 것으로 바라보기는 이제 어려워졌다고 본다"며 "파티가 아닌 추모의 날로도 봐야 한다"고 전했다.

축제에 대한 반발에 몇몇 지자체는 핼러윈 관련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대구 남구청은 캠프조지·워커·헨리 등 미군 부대가 있는 지역 특성을 살려 2018년부터 매년 주최해오던 핼러윈 축제를 올해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구청 관계자는 "추후 지역민의 정서와 여론 등을 수렴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행사를 연다면 문제없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대학생 나병준(28) 씨는 "핼러윈 축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행사 참여는 개인의 자유에 맡기되,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파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국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참여하지 않도록 강요하는 일은 되레 참사 피해자들을 제대로 추모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회사원 윤모(25) 씨는 "핼러윈을 즐기는 것에 제한을 두는 건 당시 참사 피해자들이 '파티를 즐겼기 때문에' 참사를 당했음을 내포하는 것이고 개인의 잘못으로 정부의 무능함을 덮으려는 행위"라며 "안전에 유의하며 핼러윈을 잘 즐기는 것이 오히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과 유족들을 일상으로 돌아오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