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끝까지 가봤자, 낭떠러지야

입력 2023-10-26 18:39:25 수정 2023-10-26 20:00:09

대구경북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매일신문 DB
대구경북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매일신문 DB
장성현 사회부 차장
장성현 사회부 차장

째깍째깍.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한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의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가동 시한은 11월 1일. 신공항 건설사업이 격랑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남은 닷새 동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현재로선 경상북도가 제안한 대구경북신공항 내 복수의 화물터미널 설치안이 눈에 띄는 항로다. 경북도는 화물기 전용 터미널을 공항 외부 또는 군사시설 인근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떤 방안이든 국토교통부가 내년 10월까지 수립할 민간 공항 건설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확답해 주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나 기획재정부, 국방부 모두에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 이 논의가 결론 날 때까지 사업이 마냥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수천억 원이 늘어나는 사업을 기재부와 협의 없이 국토부가 기본계획에 반영할 수도 없고, 국방부와 논의도 필요하다.

그럼 확실한 결론이 나기 전까진 공항 부지 내 지장물 조사와 1천500억 원 규모의 이주민 지원사업 수요 조사, 토지 수용 절차 진행 등 다른 행정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논란의 여지 없이 모든 갈등 사항들을 매듭짓기 전까진 사업 전체가 답보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그럼 홍준표 시장이 정한 '타이머'는 이달 말에 울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구시와 경북도, 의성군이 정면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홍 시장이 타이머를 누른 건 사업이 늦어질수록 대구시가 가장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금리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신공항 개항이 1년 늦어질 때마다 총사업비는 10%, 연간 1조 원 이상 늘어난다.

신공항 사업의 시행자는 기부 대 양여 사업으로 군 공항을 이전해야 하는 대구시이고, 사업비 부담은 대구시가 진다. 의성군이 부지 절반을 제공하지만 돈을 내진 않는다. 쫓기는 압박감의 강도가 다르다. 여기에 가덕신공항보다 개항이 늦어 선점 효과까지 놓치면 무형의 손해는 더욱 크다.

물론 이전지를 옮기면 지자체 간의 갈등이나 요구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심과 더 가까워지고, 접근 교통망 구축 비용도 2조 원 이상 적게 든다. 공항신도시나 물류단지 조성 등 의성군에 약속했던 모든 SOC 사업이 대구로 집중된다.

그러나 이전지를 옮기는 순간, 모든 일정은 3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이전지 선정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한뿌리를 논하고, 상생협력을 말하던 대구경북이 다시 손을 맞잡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질주하는 차량을 멈출 브레이크는 '수용'이다. 마지막 승부수가 화물터미널의 추가 설치라면 국토부와 경북도의 협의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더라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협의 결과가 '기본계획 반영'일 수도, '장기 과제 검토'가 될 수도, '반영 불가'일 수도 있다. 어떠한 결론이든 수용하고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

신공항 건설이 지연되면 대구경북만 빼고 모두가 웃는다. 국토부는 지방 공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사업이 지연되니 재촉할 이유가 없고, 기재부는 세수도 부족한데 당장 막대한 재정 투입이 없으니 좋다. 부산경남은 가덕신공항만 2029년에 개항하면 막대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대구경북에 돌아온다.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은 둘 다 브레이크를 밟는 수밖에 없다. 자존심을 세워 끝까지 가 봤자 낭떠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