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성범죄자 현재 총 325명…매년 50여명씩 출소 예정
대구에도 성범죄자 141명 거주…절반 이상이 초등학교 500m 이내 거주
"아이들 보호"vs"자유권 침해" 등 전문가 견해 엇갈려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법률)'이 추진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위험한 범죄자들의 거주지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게 목적이지만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는 26일 고위험 성범죄자를 지정된 국가 시설에 거주하게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적용대상은 13세 미만 아동 등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재발 위험성이 높은 약탈적 성범죄자다. 조두순, 김근식 등이 해당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제한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폭력범죄자는 전국적으로 모두 325명이고, 매년 50명씩 출소한다. 지난 8월 대구에선 친족 아동성범죄 피해자인 20대 여성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친부가 출소 후 과거 가족들이 살던 곳에 거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안을 호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초 고려됐던 '미성년자 교육 시설 500m 이내 거주 제한'은 국토가 좁고 거주 가능 지역이 부족해 이번 입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매일신문이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대구지역 성범죄자 138명의 주거지와 인근 초교 간 거리를 분석한 결과, 77명(56%)이 초등학교 500m 이내에 사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마지순 원광보건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밖에서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며 "특히 혼자 다닐 수 있는 만 5세 이상 아이들이 집 주변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머무를 국가 시설 위치도 쟁점이다. 정부는 고위험 성범죄자를 수용할 시설을 새로 만들고 거기서 집단으로 거주시킬 방침인데, 그런 시설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거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고, 추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 계속해서 거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용소 내 범죄가 이어지거나 범죄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설을 어느 지역에 설치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반년 전쯤 제시카법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이미 논란이 됐다"며 "전국적으로 시설을 두는 것이 맞겠지만 지역에 따라 반발이 큰 곳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거주시설이 위치할 후보군 등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입법예고 브리핑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현재 단계에서 시설의 지역이나 개수 등을 설명한다면 건설적인 논의가 왜곡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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