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역저 '민족의 저력'+초상화 합성作 첫 공개

입력 2023-10-25 13:10:24 수정 2023-10-25 20:12:45

10·26 44주년 앞 희귀 자료 나와…박 대통령 존경 담은 듯
점문 8만자 모래알 크기 쓴 뒤 '픽셀 모자이크 회화' 방식 응용
기념관 측 "그동안 본 적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역저
박정희 대통령의 역저 '민족의 저력'과 초상화를 합성한 모습. 박 대통령 서거 44주년을 앞두고 첫 공개됐다. 김종영 씨 제공.

박정희 대통령 서거 44주년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집무하는 모습을 '픽셀 모자이크 회화'를 응용한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 첫 공개됐다.

박 대통령의 저서 '민족의 저력'(광명출판사·1971년) 전문을 펜을 이용해 모래알 크기로 써 인화지에 담았고, 박 대통령 초상화를 그 위에 얹어 올려 합성한 뒤 필름으로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낸 '걸작'이다.

원래 액자 형태에 들어있는 작품은 청와대 경호 업무를 담당한 핵심 실세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족의 저력'이 출간된 직후인 1970년대 초·중반 제작해 집안에 걸어 두었다가 10·26 이후 다른 친인척의 손에 넘어가면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20년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김종영 모던아카이브 원장이 구입해 소장하기에 이른다.

'민족의 저력'이 출간된 1971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액자 아래 부분에 '領導者의 執念'(영도자의 집념)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최초 제작하고 소장한 인물이 박 대통령을 대단히 존경·흠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오른쪽 위 배경은 백두산 천지로 추정된다.

크기는 가로 57.0cm·세로 85.0cm. 흑백으로 이뤄졌으며 그림 밑바탕 첫 문장은 '5·16 혁명 직후에 나는 우리 민족사(民族史)를 회고하면서, 그 속에서 조국의 진로를 밝힐 한 줄기 빛을 찾아보려는 생각으로 '우리 민족의 나갈 길'을 저술한 바 있다'(머리말)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중단(中斷)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하며, 승리하는 자는 중단하지 않는다'로 매듭 짓는다. 282페이지에 걸쳐 약 8만자 하나하나를 오롯이 담았다. 이 자료는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박정희대통령 기념관이나 경북 구미시 박 대통령 생가 측도 "그동안 본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픽셀 모자이크 회화'는 세포처럼 작은 이미지로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결과적으로 보는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1920~30년대 서구에서 전위미술가가 중심이 돼 시도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김동유 작가의 '마릴린 먼로 vs 마오 각주'가 지난 2006년 당시로서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 역대 최고가인 3억 2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박 대통령의 작품은 '픽셀 모자이크 회화'와 세부적인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초현대적 기법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박 대통령의 진면목을 극적인 이미지로 드러내고 있어 사료뿐 아니라 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장자인 김종영 씨는 한국건축사를 전공했으며 해방 후 건축학회지인 '조선 건축'(9권)을 첫 발굴해 세상에 선 보였고, 대구 경상감영의 희귀 사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정장직 서양화가(전 우송대 교수)는 "어떤 배경에서 만들고, 무슨 기법을 동원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좀 더 파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도 "70년대 미술 방법으로는 전위적인 표현 기법이라고 추측 할 수 있다"고 언급, 예술성에도 무게를 뒀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1년 펴낸
박정희 대통령이 1971년 펴낸 '민족의 저력'
액자 아래 부분에는
액자 아래 부분에는 '領導者의 執念'이라는 한자어가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