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몸통과 팔 분리된 괴물

입력 2023-10-24 20:09:47 수정 2023-10-25 10:07:01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지난주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소 내용을 보면 '정진상이 한 것이 곧 이재명이 한 일이다'고 되어 있는데, "가까운 사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헌법상 연좌제 (금지) 위반 아니냐"고 말했다. '죄가 있더라도 그건 정진상이 한 건데 왜 내게 책임을 묻느냐'는 것이다.

정진상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이 대표가 승승장구할 때마다 함께 자리를 옮겨 경기도 정책보좌관,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이 대표의 측근 중 측근으로 '이재명 오른팔'로 통한다. 이재명 없이는 정진상에게 권한도 없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법정에서 '몸통'과 '팔'이 따로 논다고 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 대표 화법대로라면 정진상과 이화영은 '팔'만으로 존재하는 '괴물'이고, '몸통' 이 대표는 '장식'에 불과하다.

이 대표가 책임을 떠넘겨도 정진상과 이화영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이 모든 문제들이 해소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이 대표는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최종 유죄 판결이 나오면 차기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은 방탄 국회를 열고, 단식하고, 입원하고, 재판 연기 신청도 하고, 피고인 이화영이 원하는 변호사를 몰아내고, 재판 중에 변호사가 퇴정해 재판을 방해하고, 법관 기피 신청도 한다.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재판을 질질 끄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대선 정국까지 대법원 판결을 끌면 재판은 유야무야될 것이다. 재판을 막아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상식' '법질서'의 기준이 바뀌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몸통 따로, 팔 따로인 존재는 괴물이고 비상식이다. 세상에 처음부터 상식이었던 것은 없다. 처음에는 기이하고 참이 아니라고 인식되던 것들이 사멸하지 않고 확산되면 상식으로 자리 잡는다. 지동설의 예에서 보듯 비상식이 상식의 자리를 차지하면, 기존의 상식(천동설)은 사멸한다. '괴물'이 상식이 되면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적인 '사람'은 필연적으로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