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1억짜리를 원하는 이유

입력 2023-10-19 20:43:20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대구 북구의회가 1억 원에 이르는 고급 전기차(G80)를 구의회 의장의 의전 차량으로 사기로 한 계획을 19일 철회했다. 매일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비판 기사가 잇따르고 급기야 여러 동네에 이를 직격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리자 결국 구매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매일신문은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혈세 낭비 가능성을 지적했고 지난 18일부터는 '북구 시민 피땀 1억' 등의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2014년에 약 3천만 원을 들여 구입한 그랜저를 사용하던 북구의회는 올해 초부터 1억 원에 육박하는 차를 사려고 절차를 밟아 오면서 여론의 질타에 직면해 왔다. 북구의회 최우영 의원은 예결위원회에서 "억대 전기 차량이 효과가 있나. 아무리 친환경 차량을 권고하는 정부 시책에 맞췄다 해도 이 가격은 주민 정서를 거스른다"고 꼬집기도 했다.

'1억짜리 차'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온 나라 세수가 줄어들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살림살이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이런 상황하에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북구청인데 의회 의전용 차에 1억 원을 집행한다면 내년도 긴축 기조와 전혀 맞지 않다. 실제로 북구청은 세입 감소로 인해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2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후기의 대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재물을 밝히는 목민관은 정치적 이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의 지위에 오르려는 야망을 가진 목민관은 깨끗해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기에 반드시 청렴한 태도를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대탐필렴(大貪必廉)이다. 바꿔 말하면 정치적 야망이 없는 공직자는 꿈이 빈약하다 보니 재물 앞에서 쉽게 굴복한다는 의미다.

현 의장의 소유물도 아니고, 후임 의장들까지 쓸 의전 차를 두고 과한 평가가 이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다산의 생각을 대입시켜 보면 지방의원을 넘어 국회의원을 꿈꾸며 정치적 야망을 불태우는 이들을 찾기 힘든 대구경북 지방정치 생태계에 대한 씁쓸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천을 준 국회의원에게 덤벼들면서 그 자리에 대한 점령 의지를 드러내는 지방의원·기초단체장이 쏟아져야 한다. 이 구도가 만들어져야 1억짜리 차에 몰입하는 딱한 모습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