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로 46억 가로챈 ‘빌라왕’·공인중개사 붙잡혔다

입력 2023-10-17 12:13:00 수정 2023-10-17 20:44:56

임차인 30명 45억원 피해
'무자본 갭투자' 방법으로 빌라 매입, 임차보증금 돌려막기
선순위보증금 허위고지 수법으로 사기…현황 요청한 임차인하고는 계약 안 해

대구 남부경찰서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남부경찰서 전경. 매일신문DB

이른바 '깡통전세'를 놓고 선순위보증금을 허위 고지하는 방식으로 보증금 46억원을 가로챈 전세사기 피의자와 공범, 공인중개사 등 4명이 검거됐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선순위 보증금을 속여 임차인과 임대계약을 맺은 혐의(사기)로 50대 A씨를 구속하고 A씨 대신 현장에서 대리 계약을 실행한 50대 공범 1명과 공인중개사 2명을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법으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대구 남구 및 달서구 일대 빌라 5동을 매입했다. 이후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대출이자·세금·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면서 임차보증금을 돌려막는 형태로 운영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모두 30명으로 20대와 30대에 집중됐다. 피해 금액은 3천만원부터 많게는 1억8천만원까지 모두 46억원이다. 평균 1억5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선순위보증금을 허위고지하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들이 임대차계약 전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선순위보증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씨는 선순위보증금 현황 확인을 요청한 임차인들과는 계약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계약 과정에서 중개를 한 공인중개사 2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함께 검거했다. 공인중개사 C(30대) 씨와 D(40대)씨는 피의자 A씨가 밝힌 선순위 보증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중개에 임했다.

공인중개사법 33조 1항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거래상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된 언행을 금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에 가담한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4개월 동안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그 결과 217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적발된 불법행위 유형은 ▷불법중개감정 102명(46%) ▷허위보증보험 72명(33.2%) ▷권리관계 허위고지 20명(9.2%)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까지 전세사기와 같은 서민 대상 악성 사기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실제 행위자뿐만 아니라 배후자까지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