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동전 앞면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 영정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화백 유족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한국은행 손을 들어줬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6단독 조진용 판사는 월전 장우성 화백의 유족인 장학구 월전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장 이사장은 지난 2021년 한국은행이 아버지가 그린 이순신 영정 그림을 사용해 저작권 중 복제권을 침해했다며 아버지로부터 권리 일체를 받은 자신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을 달라고 소송했다. 대상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100원권 주화 속 충무공 영정과 현재 발행되지 않는 500원권 지폐에 쓰인 충무공 표준영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측은 "화폐(100원) 도안용 영정은 기존 표준영정을 개정한 것으로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며, 표준영정은 충무공기념사업회에서 대한민국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뒤 저작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조진용 판사는 이런 한국은행의 주장을 모두 받아주진 않았다. 조 판사는 "충무공 표준영정의 저작권은 월전에게 귀속된다"고 했다. 1957년 대한민국 저작권법이 만들어지기 전 갖다 쓰던 일본 저작권법에 따르면 '도화·사진 등 학술·미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저작자는 그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를 점유'하는 게 원칙이어서다.
조 판사는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500원권 지폐에 표준영정을 사용한 대가로 장 이사장에게 돈을 물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한국은행의 복제권 침해로 인해 장 이사장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한국은행이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원고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 법원은 이 화폐도안용 영정에 대한 저작권에 대해 "그 촉탁자인 한국은행에 귀속된다"고 보고 역시 한국은행이 손해배상금을 물어줄 이유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한국은행 의뢰로 월전이 화폐도안용 영정을 제작한 건 1975년인데, 당시 대한민국 저작권법엔 '타인의 촉탁에 의하여 저작된 사진, 초상의 저작권은 그 촉탁자에게 속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월전은 조선총독부 주최 전람회에서 수상한 이력 등으로 친일인명사전(2009년 민족문제연구소 편찬)에 등재돼 있다. 친일 행적 논란 속에서 그가 그린 이순신 장군 그림을 표준영정에서 해제해야 한다거나 100원 동전 앞면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져 왔다. 장 이사장은 아버지에게 씌워진 오명을 벗기 위해 이번 소송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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