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아하! 우리 편이니까 OK!”

입력 2023-10-12 17:58:02 수정 2023-10-12 20:22:29

이재명 대표, 지지세력 향해 “아무것도 묻지 마라”
이재명 대표의 죄명 VS 박근혜 전 대통령 유죄

여론특집부 차장
여론특집부 차장

지천명(50세) 인생을 돌아보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 바로 진보 세력(소위 좌파)의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보자'는 식의 논리다.

보통 사람의 기준이라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심지어 가족이라도 아닌 건 아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행위에는 저항하게 마련. 속칭 '개긴다'. 그리고 양심상(도리) 또는 법률상 잘못된 경우 '니편 내편'은 '휴머니티'(약자를 향한 마음)나 '시비'(옳고 그름) 다음으로 판단 기준이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잘잘못을 가린 후에는 그 행위의 사악한 의도와 나쁜 정도를 따지게 된다.

2023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이런 보편적인 상식(생각)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제1야당의 소위 '사법 리스크'(이제 법원 리스크)가 마이클 샌델 교수의 명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개인 비리를 감싸고 도는 원내 제1당(야당)에게 잘못된 것은 오로지 자신들을 탄압하는 검찰이고, 윤석열 정부다. 잘잘못은 어느새 뒷전으로 흐르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답변도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 세력은 우리 편은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하고 응원한다는 식이다. 이런 패거리 논리가 통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구속영장 기각 후 6일 대장동 및 위례 신도시 특혜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는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구속영장 기각 후 6일 대장동 및 위례 신도시 특혜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는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으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줄잡아 5, 6개에 이른다. 이 사건들은 벌써 언론에 상세히 공개돼, 국민들 대다수가 사건 개요와 정황들을 다 짐작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은 "천하에 저런 나쁜 XX가 있나"고 분노하고 있으며, 진보 지지 세력은 "0.7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고, 야당 대표를 이렇게 때려잡으려 하나"고 격분하고 있다. 이 나라 국민을 둘(좌냐 우냐)로 쫙 가른 전 정권의 작전이 제대로 통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지 세력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눈을 감아라'고 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만약, 내 절친이나 회사 선배가 본인 앞으로 나온 법인카드로 매일 아침 샌드위치를 사주고, 점심 때는 초밥을 사준다면 그저 감사하다며 받아먹겠는가. 부당한 일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일에 같이하자고 해놓고, 문제가 되니 "난 모른다. 니가 다 뒤집어쓰라"고 하면 가만히 두고 보겠는가. 심지어 엄청난 불법을 저지르고도, "나중에 내가 잘되면, 도와줄게"라고 한다면 고스란히 징역살이를 하겠는가. 심지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재미없다. 후환이 두렵지 않냐"고 협박을 해도 당하고 있겠는가.

이런 일이 현재 대한민국 현실 정치판에서 버젓이 펼치지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반면 한쪽에서는 부글부글 끊는다.

나쁜 일을 했거나 위법한 사안에 연루되어 있다면, 당연히 정확히 시시비비부터 가려야 한다. 더불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진영의 논리가 휴머니즘과 옳고 그름보다 더 상위의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법치국가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법치몰락, 유권석박, 무권구속'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피켓 시위.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 체포동의안까지 통과됐지만 법원 영장실질심사 기각으로 다시 회생하더니,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며 기세등등하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오듯, 기회 뒤에 또 다른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지은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해, 엄정한 법의 판단을 줄줄이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