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기자의 '니하오, 항저우'] 항저우 아시안게임 취재를 마치며

입력 2023-10-08 14:18:09

몸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가볍습니다. 9월 22일 중국 항저우에 도착해 이튿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월 8일까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좌충우돌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큰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는 데 안도감이 듭니다.

시차가 크지 않은 탓(한국보다 1시간이 느립니다)에 기사를 마감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항저우보다 한 시간 빠른 한국 시간에 맞춰 기사를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요 경기가 대부분 저녁에 열려 경기 결과를 일일이 지면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면에 안 실린다고 주요 경기를 안 챙길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리면 되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전 7~8시 숙소를 나서 자정이 돼서야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하루 15~16시간을 취재와 이동에 쓴 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과욕이었던 듯합니다. 몸무게는 줄고 피로는 쌓였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마감 시간에 맞춰 기사를 쓰는 것도 고역이었죠. 꾸벅꾸벅 잠도 쏟아지고요. 진통제와 휴대용 안마기가 고마웠습니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일을 줄여보려 하다가도 '이왕 벌린 건데' 하면서 조금만 더 견뎌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래도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현장, 유명 선수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스포츠를 많이 좋아한다는 점도 힘이 됐죠. 휴대전화에 깔린 번역기도 든든했습니다. 영어 실력은 짧고(현지인들도 영어를 잘 못합니다) 중국어는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만 번역기 덕분에 돌파구를 찾곤 했습니다. 좋은 세상입니다.

국제대회를 여러 번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올 때마다 감흥이 새롭습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현장은 아름답습니다. 그들이 웃고 우는 광경을 보면서 제 마음도 출렁입니다. 메달 색깔과 순위를 떠나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겁니다.(물론 치열하게 분석하고 최선을 다했을 때 얘기겠지만요)

이번 아시안게임은 추석 연휴와 맞물렸습니다. 연휴에 잘들 쉬셨는지, 경기를 충분히 즐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시안게임 기간 관심을 갖고 매일신문을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 파리 올림픽 때 더 흥미로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