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참 나쁜’ 좋은 재판 통계

입력 2023-09-25 20:11:07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 사표 수리 거부 및 탄핵 거래 의혹의 당사자이면서 국회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22일 퇴임식을 갖고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이라고 말씀드렸다"면서 "그동안 사법부는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여건 마련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명수 사법부의 '좋은 재판'은 문재인 정부 핵심 인물들의 비리·범죄 의혹에 대한 시간 끌기,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법정구속을 피하고 자유롭게 대외 활동에 나서는 정치 편향성으로 나타났다. '우리 편'에겐 좋은 재판이었을지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에게는 분노를 샀다. 김명수의 '좋은 재판'은 또 법원 웰빙족에게만 좋은 재판이었을 뿐, 국민들에겐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전국 법원 민사소송 1심(합의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전년보다 2개월 정도 늘었고, 2심의 경우 고등법원 332.7일, 지방법원 324.2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돼 각각 전년보다 29일 및 24일씩 늘어났다. 대법원 민사소송 상고심 판결은 전년보다 3개월 이상 오래 걸렸다. 각종 사건 처리 기간을 김명수 사법부 이전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심각해진다. '좋은 재판'은 과연 누구를 위한 좋은 재판이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좋은 통계'를 들고나온 인물도 있다.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2018년 5월 통계청 '1분기 소득 분배'가 2003년 이래 최악으로 조사되자, 소득주도성장 설계자인 홍장표 경제수석은 통계청 직원 등을 동원해 내부 전산망까지 변조해 통계를 조작하고 해석을 변경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 증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감사원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무려 4년 5개월간 각종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통계 조작이 성행한 셈이다. '좋은 재판' '좋은 통계'란 없다. 사악한 인간들의 사법 농단과 통계 조작이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