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더는 반사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민심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생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정책 의제를 제시하는 한편, 외연 확장 및 인적 쇄신을 동시에 추진해 내홍에 빠진 거대 야당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체제가 출범한 이후 줄곧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체포동의안의 가결되면서 '이재명 대 국민의힘' 적대적 공생 구도가 깨졌고, 집권 후 사실상 처음으로 정책 발굴과 민생 행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와 로마시대 검투사처럼 싸워왔다면 이제는 민생 해결사로 변모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재명이라는 거악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종일관 야당과 싸우는 모습으로는 당이 나아갈 수 없다. 집권당으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차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는 가결 이튿날인 22일 대구를 찾아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문시장을 둘러보는 등 민생 행보에 집중했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장 뒷걸개도 '의회정치 복원'에서 '민생부터 민생까지'라는 문구로 교체되며 정국 운영의 방점을 대야 공세에서 민생으로 옮겼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의 이 같은 변신이 외연 확장 및 인적 쇄신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역대 최고 수준의 무당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도 "민주당이 비대위로 전환해 김부겸 전 총리와 같은 간판을 내걸 경우가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24일로 취임 200일째를 맞는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도 진정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최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영입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보수 빅텐트'에 시동을 건 가운데, 당 대표 취임 후 약속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가 과연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선제적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등으로 대표되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 자기희생만큼 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게 없다는 논리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국면은 이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 중 누가 먼저 달라지느냐에 따라 중도층이 움직이고 그에 따라 총선 승리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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