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라면, K시리즈 계승자

입력 2023-09-20 20:33:02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라면이나 먹지"라는 말은 "라면 먹자"로 바뀌었다. 올 들어 라면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것만 봐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라면이 이제 좋은 음식이 됐다는 증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기준 올해 라면 수출액은 6억5천73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나 늘었다. 지난해 연간 라면 수출액은 7억6천543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는데, 올해는 이 기록도 갈아치울 전망이다.

라면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수출 상품은커녕 선호 식품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꿀꿀이죽을 먹으려고 줄 선 사람들을 보고 라면 개발을 결심, 삼양식품은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라면 역사가 지난 15일로 꼭 60년이 된 것이다. 라면은 1960년대 중반, 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에 힘입어 단시일 내에 정부와 소비자로부터 주목받는 식품으로 올라섰다.

라면 제조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우리 라면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인기 상품으로 우뚝 서게 만든 비결이 됐다. 1960년대 말 난립했던 라면 제조업체들은 자연스레 정리된 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라면 시장은 삼양이 주도하고 농심이 뒤를 따르는 2파전 형세로 압축됐다. 그러더니 1980년대 들어 팔도, 청보(이후 오뚜기가 인수), 빙그레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가속화했고 농심이 시장점유율 1위 삼양을 따라잡고 업계 수위로 올라서는 대역전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늘었는데 수출이 활성화하고 있는 데에는 K컬처의 영향력도 주효했다. 영화, 드라마,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인해 한국 라면이 세계 각국에 알려졌고, K라면이라 부를 만큼 해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 등의 분석이다.

경북에도 수출 첨병이 된 라면 생산 공장이 있다. 구미 1산업단지 내 농심 구미공장이다. 농심이 국내 라면 업계 선두로 올라선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석권을 구상하면서 1991년 만들어졌다. 오는 11월엔 대규모 시설 투자가 진행된다는데 K팝 등에 이어 K시리즈 바통을 계승해 나갈 K라면의 성장세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