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케이메디허브 이사장
지난 6월 대통령이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보스턴을 예로 들며 바이오 의약품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가을, 전국이 조용히 들썩이고 있다. 의료 기업들이 몰린 대단지 산업단지여서, 보건복지부가 위치한 보건의 중심이라서, 수출에 유리한 항만을 끼고 있어서 의료 클러스터의 최적지라고 저마다 홍보하고 있다. 대구는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바이오 클러스터 성공에는 몇 가지 까다로운 요건이 있다. 바로 '지식' '돈' '사람' '산업'이다. 대구가 어떤 분야에서 지식·자본·사람·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가 따져 보자. 해답은 '난치성 뇌질환 정복'에 있다.
첫째, '지식'은 국가 연구소를 활용할 수 있다. 지식은 의료산업에서 결정적 분야이면서 제일 어려운 분야다. 전국 지자체가 너나없이 바이오 클러스터에 뛰어들더라도 쉽게 준비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에 난치성 뇌질환 정복을 위한 지식을 가진 클러스터가 어디에 있는가?
대구는 케이메디허브와 한국뇌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뇌연구원은 뇌질환 관련 다양한 기초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후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과 찾아낸 물질의 비임상 평가·의약품 생산까지 한자리에서 가능한 전국 유일한 합성신약 공공 연구시설이다.
둘째, '돈'은 기존에 확보한 사업을 최대한 활용하자. 다른 지역들은 정부 예산을 받으면 벤처기업이 들어설 건물을 짓는 데 먼저 쓰겠지만, 대구는 이미 2025년까지 첨복단지에 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하기로 약속돼 있다. 이 창업지원센터는 디지털 치료제와 AI 혁신 신약을 연구하는 벤처기업들을 위한 랩이 들어설 공간이다.
랩에 입주하면 바로 옆에 있는 케이메디허브에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벤처기업이 당장 입주해 연구를 지원받을 공간이 마련돼 있어 어떤 지역보다 발 빠르게 벤처 창업과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케이메디허브는 중기부 스케일업 팁스 R&D 부문 운영기관이다. 바이오 기업에 벤처캐피털을 연결시켜 주는 일도 이미 가능하다.
셋째, '사람'은 대구의 자랑이다. 대구는 5개 의과대학과 한의대를 보유하고 있어 해마다 우수한 의료 전문가들이 배출된다. DGIST·경북대 등에서 키워낸 화학·공학·약학 전공자들도 많다. 경북대에는 내년부터 혁신신약학과도 신설된다.
12개 종합병원, 3천800여 개 병의원이 있어 노련함을 갖춘 의료 전문가도 이미 넉넉하다. 지역의 우수한 전문가들을 활용할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특히 케이메디허브 직원 450명과 한국뇌연구원 200명 과학자들은 대구가 핵심 의료 클러스터로 성장할 밑거름이다.
넷째, '산업'. 뇌 관련 벤처기업을 모아야 한다. 대구에 '브레인 클러스터'를 만들고 케이메디허브와 기관들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이용해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보스턴 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은 벤처에 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 대기업은 유망해 보이는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자금이 들어오니 벤처기업이 더 몰리고, 투자자·은행·상권이 발달한다. 이런 사이클이 보스턴의 성공 열쇠다.
결국 기업이 답이다. 대구에 기업을 모으기 위해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의료 클러스터를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 의료산업은 브레인 싸움이다. 대구의 브레인, 케이메디허브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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