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기로에 선 이재명의 운명

입력 2023-09-17 19:07:15 수정 2023-09-17 19:07:51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아가리와 대가리, 주둥아리와 멍텅구리 등 대체로 '리'가 붙은 말은 비속어로 쓰인다. 지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의총에서 "절대로 이재명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검찰을 비속어로 비하한 것은 국회의원의 품위를 내팽개친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대가리는 친일, 아가리는 반일' 조롱도 난무한다. 후쿠시마 방류에 반대한다면서 '반일'을 외치지만 일제 샴푸를 쓰고 있다는 한 야당 인사를 겨냥한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의 30일 단식 기록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단식을 정치적 승부수로 활용하겠다는 이 대표의 단식투쟁은 허무하게 끝날 것 같다.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죄 ▷일본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개각 단행 등의 명분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구속 회피와 재판 지연이라는 '방탄' 꼬리표만 각인된 것이다.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경기지사 때의 대북 불법 송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 수사라기보다는 토착 비리 성격이 강했다. 이 대표 측은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며 정치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여론은 요지부동이다.

이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이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은경 '혁신위'는 물론 31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 민주당이 더 이상 불체포특권을 주장하는 것이 난감해졌다.

검찰이 주초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정국이 요동을 칠 전망이다. 이 대표가 만일 단식 중단과 체포영장 가결을 전격 선언한다면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총리 해임안 제출 등 강경 기류와 일부 당내 '동정론'에도 불구하고 체포영장이 가결될 공산이 높다.

지난 2월 27일 본회의에서의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은 가 139표, 부 138표, 기권과 무효 20표로 가까스로 부결된 바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현실화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한 주가 열렸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