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윤 대통령의 이념 전쟁

입력 2023-09-12 20:22:33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조사 내내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12일 추가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이 대표가 (9일 조사 중 오늘) 오후 6시까지 받게 해 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해서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양쪽 주장은 배치된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을 것이고, 이 대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이재명 대표와 검찰 중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묻지 않고도 그가 어느 쪽 주장을 사실로 믿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된다.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이 대표 지지자=4대강 사업 반대' '4대강 지지자=이재명 불신'이 마치 수학 공식처럼 성립한다.

이 대표의 범죄 혐의와 4대강 사업, 광우병, 사드(THAAD) 기지, 조국 사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법인세 인상 등은 어떤 인과관계도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이념 묶음'이 되어 있고, 이 사안들에 대한 평가는 지지와 반대로 극명하게 갈라진다.

광우병 사태 당시 '미친 소 너나 먹어라'고 외쳤던 사람들은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너나 마셔라'고 외친다. 이들은 사드 전자파가 사람을 튀겨 죽이고, 4대강 사업으로 생태가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이념'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사실과 거짓은 의미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뒤로 가겠다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익, 실리, 경제를 챙겨야지 이념 갖고 싸울 때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과 사실과 경제지표가 '이념' 앞에 무용지물이 되고, 이념에 따라 거짓이 사실로 둔갑하고, 사실이 거짓으로 매장되는 판에, '이념'을 바로잡지 않고 무슨 수로 국익과 경제를 챙길 수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