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아세안, 한·일전(戰)

입력 2023-09-11 20:31:26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1967년 8월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 등 5개국으로 출범했으나,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차례로 가입해 1999년에는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전체 인구는 6억7천944만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사무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인 15억 인구를 가진 인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략적 교두보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카르타를 방문 중이던 지난 7일(현지시간)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2천여 우리 기업이 활동 중인 인도네시아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날 양국 기업들은 핵심 광물, 원전 등의 분야에서 16건의 양해각서(MOU)와 계약을 체결했다. 1960년대부터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이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제2의 일본'으로 불리던 아세안 지역에 한국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그동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한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아세안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이었다.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로 생각했던 중국에서의 탈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까지 함께 닥쳤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차로 일본을 이기기는 무리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2000년 초·중반 파나소닉 등이 차지한 아세안 가전 시장을 삼성·LG 등이 기술력을 앞세워 파고들어 자리 잡은 경험이 있었다.

아세안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일본 91% 대 한국 3%이다. 그러나 전기차만 놓고 보면 한국 57% 대 일본 7%로 대역전을 이뤘다. 현대차는 수천억 원을 투입해 현지 전기차 생산 시스템을 완성했고, 현대모비스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현지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이다. 중국에 핵심 광물 때문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7월 향후 5년간 18억 달러(약 2조2천억 원)를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세안 시장을 놓고 펼쳐질 한·일전의 승부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