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주담대 블랙홀' 되나…2개월간 2조원 이상 늘어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지난 두 달 새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2조3천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뱅크 한 곳에서만 잔액이 2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비교해도 가파른 증가세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8월 말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19조3천173억원으로 6월 말과 비교해 1조9천950억원(11.5%) 늘었다.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이 3조6천934억원에서 4조655억원으로 3천721억원(10.1%) 늘었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1조4천7억원에서 514조9천997억원으로 3조5천990억원(0.7%) 늘어 인터넷은행 두 곳의 주담대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 증가액(1조9천950억원)은 5대 은행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우리은행(1조5천442억원)보다도 많았다.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인터넷은행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약 2%에 불과하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인터넷은행으로 주담대 수요가 쏠린 것은 금리 경쟁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주담대 영업을 이어갔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7월 중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각각 연 4.16%, 4.17%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6월(4.02%, 4.14%)보다 평균 금리가 올랐지만 5대 은행(4.28∼4.7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4∼5월 중에는 평균 금리가 3%대로 내리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이 금리를 낮추자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갈아탄 대체상환 수요도 몰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측도 최근 신규취급액 중 50∼60%가 대환 고객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세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 금융감독원에서는 인터넷은행이 폭발적으로 주담대를 늘리는 과정에서 비대면 여신 심사가 소홀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면서 "이런 것도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