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LH, 조직 지나치게 비대…전문가들 "핵심 역할에 집중해야"

입력 2023-09-10 17:48:36 수정 2023-09-10 20:36:00

원희룡 "이번 철근 누락 사태 전화위복 계기로 삼겠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국토교통부는 1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혁신하려면 비대해진 조직 권한을 축소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토교통부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LH에서 잇따르는 전관예우·무사안일주의 사태의 원인으로 지나치게 비대한 조직 규모를 지목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부동산 개발부터 지어놓은 아파트 관리까지 전부 다 한다"며 "이런 비대한 조직은 규제보다는 합리적인 관리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현숙 고려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는 "주거복지 관련 업무는 LH보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정부가 직접 해야 하는 업무"라며 "공공은 토지를 개발해 제공하고, 설계나 시공은 공공보다 강점이 있는 민간이 맡아서 하는 구조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직접적인 주택 예산 없이 LH가 주택 분양과 택지 개발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LH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며 "LH의 역할을 세부적으로 나눠 LH가 독점력과 역량을 갖춘 것은 LH에 맡기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발라내는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H 내 인력 재배치와 내부 통제시스템 강화 등 조직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보 비대칭에 의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막기 위해 LH 내부 통제시스템을 금융기관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도 인력을 재배치하고, 필요하다면 LH 토지주택대학교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원 장관은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를 과거 공공주택 공급과 차별화되는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며 "LH는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뜨리고 공공주택 혁신이라는 시대적·국민적 요구에 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말 발표할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전용면적 85㎡ 미만 중소형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종합부동산세에 합산하는 것을 배제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젊은 층이나 도심에서 생활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주거 기능을 하지만, 도심에 빠른 속도로 공급하다 보니 주차장이나 소방 등에서 규제를 완화한 면이 있다"며 "비아파트 공급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제도나 형평성 문제에 부닥치다 보니 아직 결론을 낸 바 없고 고민이 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