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55년 만에 첫 파업 다가선 포스코

입력 2023-09-12 20:23:00 수정 2023-09-13 10:16:40

임금요구안이 핵심…경영진들과의 상대적 박탈감이 단초

박승혁 기자경북부
박승혁 기자경북부

포스코 노사 임금 단체교섭이 창사 55년 만에 처음 결렬되더니, 지난 7일에는 포스코 노동조합이 포항제철소 앞에서 조합원 1천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1968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 더 가까워진 모습에 포스코 내부뿐 아니라 지역 기업들도 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힌남노 태풍으로 포항제철소가 잠겼을 때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135일 만에 복구라는 기적을 이뤘지만 사측은 임단협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의 임금만 크게 올리는 등 직원들의 처우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임단협 결렬 배경을 밝혔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등 23건의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에 해당하는 1조6천억 원의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내년에 9천500만 원을 더 달라'고 거리로 나선 이유가 뭘까.

포스코 내 복수 노조 중 대표 교섭 노조인 포스코 노조가 젊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노조 활동의 변화와 실리를 찾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현이라는 시각도 있고, 20여 차례 진행된 임단협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사측이 임하면서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는 많겠지만 핵심은 돈이다. 최 회장과 경영진들만 벌인 돈잔치가 직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직원들도 함께 챙겼으면 좋았을 텐데 회사 운영상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5년간 직원들의 임금 평균 인상률은 2.1%다.

반면 최 회장은 지난해 연봉 28억9천300만 원을 받았다. 전년도 같은 기간 18억2천900만 원보다 58%나 늘었다. 2021년 최대 실적에 대한 성과가 반영되면서 최 회장의 연봉이 크게 높아진 것은 이해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 봤을 땐 불합리한 게 사실이다.

여기에 지난 4월 최 회장과 임원진 28명은 스톡그랜트(회사 보유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나눠 주는 보상 방식)를 수령했다. 최 회장은 1천812주를 받았고, 공시상 28명의 임원과 함께 비상장사인 포스코 임원 수십 명도 이를 수령했다.

이 같은 주식보상제도는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위해 자산과 주식을 연동시킨다는 차원에서 많은 기관들이 통상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풍비박산한 상황에서 스톡그랜트 지급은 적절치 못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처럼 최 회장의 연봉만 크게 불어나는 상황이 되자, 포스코 노조도 억울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본급 인상과 100주의 주식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많은 직원들은 최 회장의 행태에 화나지만 회사와 지역을 생각하면 불편하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포항의 어떤 회사보다 연봉이 높은 데다 임단협 제안이 모두 받아들여지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고 계열사, 협력사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노조원과 근로자들은 자사주 지급은 어렵더라도 기본급 인상만이라도 임단협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실현 가능한 요구를 통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사측과 협상하는 게 옳은 순서가 아닐까 한다. 또 포스코경영진들은 이유야 어찌됐든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이번 임단협 결렬의 단초가 됐다고 인식하고, 근로자들을 다독이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