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천시 과수원 지하수에 무슨 일이…맹독성 페놀, 기준치의 46배 이상 검출

입력 2023-09-07 14:22:55 수정 2023-09-07 17:33:54

과수원과 인접한 성토장에서 흘러든 것으로 추정

지하수에서 페놀이 검출된 남면 운곡리 과수원과 인접한 성토 현장 모습. 신현일 기자
지하수에서 페놀이 검출된 남면 운곡리 과수원과 인접한 성토 현장 모습. 신현일 기자

경북 김천시 남면 운곡리의 한 과수원에서 채취한 지하수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인 페놀 등이 검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과수원과 인접한 부지에는 폐토사를 이용한 성토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성토 현장에서 흘러간 오염물질이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일 김천시 등에 따르면 김천시 남면 운곡리에서 과수 농사를 짓는 농민 A씨는 지난 7월말 포도밭 지하수가 색이 변하고 인접한 성토 현장에서 침출수가 유입되는 등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며 김천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김천시는 8월 1일 과수원의 지하수와 인접한 성토현장의 폐토사를 채취해 토양 및 수질검사를 경상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검사 결과, 폐토사는 문제가 없었으나 지하수에서 페놀이 농업용수 기준치 0.005㎎/L의 36배에 달하는 0.195㎎/L가 검출됐다.

이어 8월 16일 진행된 폐토사 및 침출수에 대한 지정폐기물 검사에서도 침출수에서 1.480㎎/L 페놀이 검출됐다.

다시 8월 21일 진행한 폐토사와 지하수에 대한 토양오염도 검사에서 폐토사에서 기준치 500㎎/㎏을 훌쩍 뛰어넘는 1천299㎎/㎏의 석유계총탄화수소(Total Petroleum Hydrocarbons·TPH)와 0.68㎎/㎏의 페놀이 검출됐으나 지하수에서는 다시 농업용수 기준치를 46배 넘는 0.230㎎/L의 페놀이 검출됐다.

포도밭과 인접한 김천시 남면 운곡리 성토현장은 B사가 지난해 11월 4일 근린생활시설을 짓고자 김천시로부터 3만4천635㎥를 성토하겠다며 개발행위를 받아 성토를 진행해 왔다. 이 부지에 성토재로 사용된 것은 남면에 위치한 환경업체 C사에서 반출된 재활용 골재로 폐토사와 흙을 5대5로 섞은 것이다.

김천시는 검출된 페놀이 성토현장에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관계자 등에 대해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토지 및 수질오염 물질에 대한 제거 명령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페놀은 소화기, 호흡,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심각한 장애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 물질로 지난 1991년 구미국가산업단지 안의 두산전자에서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돼 강을 따라 대구 및 밀양과 함양, 부산까지 흘러 내려가 영남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또 석유계총탄화수소는 원유에서 발견되는 모든 탄화수소 혼합물을 지칭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등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포함해 헥산, 톨루엔 등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노출될 경우, 재생불량성 빈혈, 급성 백혈병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고 식물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물질로 알려져 있다.

지하수에서 페놀이 검출된 남면 운곡리 과수원과 인접한 성토 현장 모습. 독자 제공
지하수에서 페놀이 검출된 남면 운곡리 과수원과 인접한 성토 현장 모습. 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