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지난 5월 영국 찰스 왕 대관식이 영국에서 개최되었다. 카밀라는 의젓한 왕비가 되었으나 불륜의 주홍글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카밀라의 업보(業報)이다. 찰스의 배신이 고통스러워도 다이아나가 독신으로 살았다면, 찰스와 카밀라는 떳떳하지 못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데, 빨리 죽었던 다이아나는 얼마나 후회가 될까? 마음의 업보는 사과보다 더 오래가고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장춘 박사는 아버지인 우범선의 업보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아버지 조국인 한국에서 농업 혁명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고 한다. 아버지의 업보를 아들이 대신 속죄한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일본이 책임져야 하는 업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배상 책임을 피하고 있는 이유로 1965년 한일 협정 청구서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배상이 불가하다고 한다. 그러나 1965년도 한일 협정 청구서에 따르면 피해 배상은 한국과 일본 정부 간의 배상이지 강제 노역에 동원된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의 보상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가 학살된 유대인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었듯이, 일본 총리가 위안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할 때 비로소 피해자의 상처는 치유된다. 더구나 일본 기업이 배상하겠다고 하는데도 일본 정부는 배상이 불가하다고 하니 한국 정부가 백번 양보하여 '제3자 변제'라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2004년 노무현-고이즈미 관계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역사 교과서 왜곡 등으로 틀어져 버렸던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제3자 변제 방안'이 기억해야 할 것은 첫째, '제3자 변제 방안'은 피해자의 아픈 기억과 가해자의 책임이 전제되지 않았으므로, 사죄 없는 일본의 태도는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과서에 적고 있고, 일본 정치가들은 심심하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다.
둘째, 일본의 이중성을 경계해야 한다. 일본은 국익을 위해 자국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거나 국제법을 활용한 여론 조성이나 홍보에 능하다. 그 증거로 일본 문부성 장학생 초청 프로그램은 일본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의 증거이며, 외국에 나가면 독도는 대부분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 사찰단이 내놓게 될 결과와 무관하게 언제라도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한국 시찰단의 역할이 오염수 안전성 평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웃 국가가 피해를 보는 것은 전혀 생각 안 한다.
셋째, 강제 노역에 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개인적으로 피해 배상을 받게 하거나 '제3자 변제 방안'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강제징용은 나라 간의 문제이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므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넷째, 일본의 침략 근성에 대응하는 전략은 바로 한국에 있는 강제 동원 피해 현장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하여 후손들에게 불행한 역사를 바르게 알려 주고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나라 수호 정신을 길러 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 문화와 역사를 해외에 홍보하는 것이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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