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그렇게 찔러놓고…” 대구판 돌려차기 범인 ‘살해 의도 없었다’ 주장

입력 2023-09-01 16:53:05 수정 2023-10-25 13:57:22

길가던 여성 원룸 따라가 성폭행 시도, 막아선 남자친구 중상 입은 사건
재판부도 황당해 실소, 변호인 "피고인 은둔형 외톨이, 우울증 증세 참작해 달라"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매일신문DB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매일신문DB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이 돌연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입장을 바꿨다. 배달원 차림으로 여성의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하려다 20대 남녀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으로, 참혹한 피해 상황을 아는 재판부조차 실소를 금치 못했다.

1일 오전 대구지법 제11형사부(이종길 부장판사)는 강간등살인, 강간등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던 A씨 측은 돌연 "살해 고의는 부인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A씨는 첫 공판 당시 나왔던 국선변호인을 해임하고 사선 변호임을 선임한 상태다.

A씨는 지난 5월 13일 오후 10시 56분쯤 대구 북구 복현동 한 다가구주택에서 여성 B(23)씨를 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때마침 방문한 B씨의 남자친구 C(23) 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신체 곳곳이 흉기에 찔려 두 차례나 심정지를 겪었고 한 달 가까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검찰은 C씨가 현재도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해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인지능력 저하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B씨 역시 양쪽 손목을 크게 다쳐 장기간의 재활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정을 아는 재판부가 "이렇게 사람을 여러 차례 찔러서 중상을 입혀 놓고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반문하자 변호인은 "피고인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살인고의는 인정하되 은둔형 외톨이이자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점을 참작해달라"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양형 시 고려할 수 있게 피해자 B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B씨가 다음 공판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