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남국·장제원·이동관 방지법

입력 2023-08-30 16:33:05 수정 2023-08-30 20:17:41

최창희 신문국 부국장
최창희 신문국 부국장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정치인의 이름을 딴 '법'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김남국·장제원·이동관 이름을 딴 법안들이 발의됐다. 지난 1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코인 논란'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부터 의원직 제명 권고를 받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겨냥해 일명 '김남국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해 가상 자산(코인)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김남국 방지법'에 이은 '시즌 2'인 셈이다.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해 제명이 의결된 날로부터 향후 5년간 공직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 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 불가 사유 소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상임위원장의 고의적인 직무수행 기피를 방지하고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민 의원은 이 법을 '장제원 방지법'으로 명명했다. 민 의원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5월 '꼼수 탈당' 지적이 제기된 당시 국민의힘으로부터 '민형배 방지법'으로 이름이 차용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의도가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우주항공청 설립' 안건을 놓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 중이다. 장 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취임했지만, 과방위 의사일정을 두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지난 7월 26일에서야 처음 전체 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장 위원장이 회의에 불참했는데, 이를 겨냥해 민 의원이 이번 법안을 발의한 모양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겨냥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의 결격 사유에 '대통령직 인수와 관련된 자문이나 고문'을 추가하는 이른바 '이동관 방지법'을 16일 발의했다.

정치인들의 이름을 딴 이 같은 법안은 대부분 정략적 공세 성격이 짙다. 물론 과거에도 실명 법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후원금 모금을 엄격히 규제한 '오세훈법', 반값 아파트법으로 알려진 '홍준표법' 등도 실명 법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즘 나온 실명 법안은 상대 진영 '흠집 내기'용이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내년 총선이 극심한 '네거티브'로 변질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요즘 우리나라의 법률들은 사람의 이름을 딴 법안들로 가득 차 있다. 김민식·최진실·윤창호·신해철·양진호·김영란법 등 이들은 각각 특정 인물이나 이슈의 이름을 딴 것이다.

실명 법안의 가장 큰 장점은 상징성과 홍보성이다. 보통 법안 이름은 복잡하고 길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상징하는 이름을 사용하면 길고 복잡한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켜 국회에서의 통과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사람 이름만 남고 법안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구나 상대 진영 정치인을 비난하고자 만들어지는 법안들은 양극화된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정치 혐오를 키우기만 할 뿐이다. 법이 정치인의 이름을 가질 때 국민에게서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