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어느날 밤 아파트 내 도로를 지나다가 색소폰 소리를 들었다. 부는 사람이 안보여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어떤 주민이 색소폰을 연습하고 있었다. 가끔 신천을 지나다가도 다리 밑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데, 이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관악기가 색소폰이 아닐까. 색소폰의 진면목은 재즈 음악에서 드러나지만, 우리나라의 주 수요층인 50~60대의 아마추어 음악가들은 트로트 음악이나 가요를 많이 연주한다.
하지만 색소폰은 원래 오케스트라와 군악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색소폰을 발명한 사람은 벨기에 출신의 아돌프 색스(Adolphe Sax)며, 1841년에 자신이 제작한 클라리넷으로 상을 받았던 브뤼셀산업전시회에 베이스 색소폰이라는 이름으로 발명품을 선보였다. 다음 해에 악기 사업을 위해 파리로 이사하여 판매점을 낸 그는 금관악기의 화려하고 강렬한 소리와 함께 목관악기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다 가진 색소폰이 오케스트라 음악에 넓게 쓰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색소폰이 프랑스 군악대에 의해 채택되는 등 성공을 거둔 후에 이를 시기한 경쟁 악기 제조업자들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그를 방해하여 오랫동안 사업이 힘들었었다.
이때 그를 도와준 사람이 있었으니 당대의 저명한 작곡가였던 장 조르쥬 캐스트너와 엑토르 베를리오즈였다. 캐스트너는 처음으로 색소폰을 사용한 작품을 썼고 군악대와 관련한 저서에서 색소폰을 소개했으며, 베를리오즈는 자신의 '찬양'(Chant Sacré)이라는 작품의 마지막 편곡인 관악기 버전에 색소폰 등 색스가 만든 6개의 관악기를 사용했다. 색소폰은 초기에 금관악기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리드를 사용하므로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베를리오즈도 색소폰을 금관악기로 보다가 그의 '관현악법(1844)'에서는 리드악기로 분류했다.
색소폰에는 14개의 타입이 있으며, 현대에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및 베이스가 널리 알려져 있다. 색소폰은 오케스트라나 군악대 음악 모두와 잘 조화될 수 있는 악기로 만들어졌으나, 다른 악기와의 앙상블을 고려하여 오케스트라에서는 주로 알토 색소폰을 사용한다. 20세기에 들어설 무렵 유럽 오케스트라 음악계에서는 색소폰의 인기가 사그라들었으나 미국의 아마추어 음악가들 사이에서 다시 살아나 1920년대 재즈의 부흥과 더불어 색소폰은 지금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가장 크기가 큰 색소폰은 서브콘트라베이스 색소폰으로 그 키가 3m에 달한다. 이 색소폰도 1846년에 색스가 고안했으나, 2012년이 돼서야 독일의 악기 제조사인 에펠샤임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브콘트라베이스 색소폰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의 주파수는 25.95㎐인데,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주파수인 20㎐에 가깝다. 가장 높은 음역을 내는 색소폰은 소프릴로 또는 소프라니시모로 불리는데, 제조사인 에펠샤임에 의하면 극도로 높은 소리로 인해 아주 강한 앙부셔(관악기의 마우스피스를 무는 법)가 요구됨에 따라 전문가만이 연주할 수 있으며, 가장 높은 음을 내려면 여러 달 연습해야 한다고 한다.
이 악기의 이름을 부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Saxophone'이라는 단어에서 'S' 다음에는 모음으로 'E'가 아니라 'A'가, 'X' 다음에는 'O'가 오므로 '색스폰'이 아닌 '색소폰'으로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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