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과학과 공포

입력 2023-08-28 19:50:10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과학이 공포를 이길 수 있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세상에선 광우병과 사드(THAAD) 전자파 그리고 방사능 누출에 대한 공포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거셌다. 공포가 극대화되면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구호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히틀러를 '위대한 독재자'로 만든 선동가 괴벨스는 "매일 매시간 대중의 맥박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다큐 영화에 주목했다. 현실에선 왜소한 체격의 아웃사이더였던 히틀러는 괴벨스가 연출한 화면 속에서 격정적인 연설을 하는 매력적 정치 리더로 우뚝 섰다. 히틀러가 최고의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한 '영화'는 지금도 중국과 북한 등 사회주의 독재국가의 선전선동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모티브로, 국내 원전 폭발 사고를 소재 삼아 제작된 가상 재난영화다. 영화 제작과 개봉 전후 시기인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했고 2017년 11월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18일 부산에서 '판도라'를 관람했다. 영화를 본 그는 "비록 (원전 사고) 확률이 수백만분의 1밖에 안 되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가 막아야 한다"며 "만에 하나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다. 원전 추가 건설을 막고 앞으로 탈핵·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이 재난영화 한 편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겠지만 영화 한 편이 끼친 악영향은 온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정도로 지대했다. 방사능 공포를 부추긴 이 영화는 탈핵 세력들의 도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월성원전 조기 폐쇄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세력이 주도한 1차 승리였다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 2차전' 성격을 띠고 있다. 1차전 와중에 문 전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위원회'라는 초유의 정책 실험에 나서 여론으로 원전 건설에 쐐기를 박고자 했으나 공론화위의 결론은 '원전 추가 건설'이었다.

'과학'이 '공포'를 이긴 것이다. 수많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제공되면서 재난영화를 통해 확산되던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극복한 것이다.

광우병은 물론이고 사드 전자파에 대한 공포도 가짜 뉴스와 선전선동에 의해 부추겨졌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사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 오염수와 방사능 물질이 대거 바다로 유출되는 사태다. 또는 서해로 연간 후쿠시마 오염수의 50배에 이르는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중국 원전이 더 우리 안전을 위협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의 반대 목소리에는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더불어 '반일' 감정이 결부돼 있다. 일본 국민보다 국내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식품 안전을 그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는 일본이 자국의 바다를 방사능 범벅으로 만들 수도 있는 오염수를 무방비 상태로 방류할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문제된다면 최대 피해자는 일본 국민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과장된 방사능 공포로 인한 피해를 우리 어민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이 고스란히 져야 할 처지다. 이제라도 과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과학이다.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