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재판 지연 문제 반드시 해결하길

입력 2023-08-26 05:00:00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심각해진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피력했다고 한다. 마냥 늘어지는 재판으로 인해 국민의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이루 말할 데 없으며 사법 불신 풍조까지 낳는다는 점에서 그의 현실 인식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민사소송은 1심 및 항소심 모두 5개월 이내, 형사소송은 1심 6개월 이내, 항소심 4개월 이내에 재판을 종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법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올해 3월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민사소송, 형사소송, 행정소송 모두 제1심과 항소심의 평균 처리 기간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변호사 중 89%가 재판 지연을 경험했다고 한다. 억울한 일 때문에 소송을 낸 국민이 재판 일정 연기로 일상이 무너지고 정신적 고통까지 겪는 일들이 다반사다.

재판이 늘어지는 데에는 ▷법관 부족 ▷판사들의 '워라밸' 중시 ▷복잡해지는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등 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 6년 체제의 그늘이 재판 지연 풍조를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가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후 1심에서 1년 넘게 처리되지 못한 재판이 민사는 65%, 형사는 68% 급증한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 준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법원장 후보자 추천제 실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행정처 근무 판사 수 최소화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법관 사기가 떨어지고 재판 지연 문제가 극심해졌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게다가 조국 재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재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은 하염없이 시간을 끄는 일이 빚어졌다.

국민 생활 안정과 편리를 위해 진행돼야 할 재판이 국민 일상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헌법 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이 늦어지면 범죄자와 비리 연루 정치인들만 좋을 뿐이다. 이 후보자는 재판 지연 문제 해소에 온 힘을 다하기 바란다. 국회도 재판 지연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입법 활동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