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역(逆)매카시즘

입력 2023-08-25 21:46:31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950년대 미국 정부에 침투한 '빨갱이' 색출 운동을 벌였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매카시즘'은 통상 '빨갱이 덮어씌우기'란 의미로 통한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워싱턴 포스트의 카투니스트 허버트 L. 블록이며, 유행시킨 사람은 한반도가 소련 통치하에 들어가는 게 좋다고 한 국제정치학자 오언 래티모어이다. 1950년 펴낸 '중상모략에 의한 시련'에서 매카시의 공격을 그렇게 표현했다.

매카시도 '매카시즘'이란 말을 썼다. 1953년 매카시와 결혼한 진 커가 1952년 펴낸 '매카시즘: 미국을 위한 투쟁'에서. 그러나 그 의미는 전혀 달랐다. '미국 정부 내에서 공산주의자를 몰아내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매카시의 노력'이라는 뜻이다.

매카시는 지금까지도 있지도 않은 공산주의자를 만들어 냈다는 비난을 받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국 첩보기관의 소련 암호 교신 해독 작전인 '베노나 프로젝트'가 공개되면서 매카시가 빨갱이라고 지목한 주요 인물들, 루스벨트 행정부 국무부 차관보 앨저 히스, 국제통화기금(IMF) 창설을 주도한 해리 텍스터 화이트 재무부 차관보, 루스벨트 대통령 보좌역 해리 홉킨스 등이 모두 소련의 간첩으로 판명됐다. 오언 래티모어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매카시즘은 공산 세력의 침투에 대한 정당한 경고는 물론 공산주의자를 공산주의라고 말하는 것조차 '빨갱이 덮어씌우기'로 매도하는 요술방망이로 여전히 건재하다. 가히 '역(逆)매카시즘'의 질주다.

이는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에 대한 비판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는 데서 재확인된다.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와 북한 조선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부역자다. 이를 기념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에 대한 전면적 부정" "시대의 반역"이란 비판이 호남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항일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는 것은 20세기에서나 볼 법한 매카시즘적 행태"라고 했다. 사실 부정의 역(逆)매카시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