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밥상머리 교육

입력 2023-08-24 20:12:07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길에 별세한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며 부친의 밥상머리 교육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아버지와 식사 중 대화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국가관, 경제관을 형성하게 됐다"는 말을 했다. 아버지의 밥상머리 가르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취지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밥상머리 교육은 그 가치가 널리 입증됐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등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와 어머니 로즈는 밥상머리 교육에 공을 들였다. 식사 시간을 밥 먹는 시간이 아닌 교육 시간으로 활용했다. 특히 저녁 식사 시간엔 각자의 하루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아버지는 자녀들과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자녀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시판을 마련해 놓고 신문, 잡지 등에 나온 좋은 글을 붙여 놓은 다음 식사 시간에 그 기사를 화젯거리로 자녀들과 대화를 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청운동 자택에서 매일 새벽 5시 자녀들과 아침 식사를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침 식사는 가족과 함께' 원칙을 지켰고 자녀들도 지키도록 했다. 정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 키워드는 겸손과 성실이었다. 손자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정 회장은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서 시달려 봐야 나중에 자가용 샀을 때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냈다.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부모와 자녀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져 같이 앉아 식사를 하는 것부터 드물어졌다. 밥상머리 교육이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됐다. 가장인 남편의 권위 추락도 밥상머리 교육 실종을 초래했다. 가장이 밥상머리에서 자녀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아내가 "바쁜 애들 앉혀 놓고 쓸데없는 얘기한다"고 타박하기 일쑤다. 자녀들도 아버지 얘기를 귓등으로 흘려들을 뿐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인데도 사라진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밥상머리 교육도 그중 하나다. 가족이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밥상머리 시간과 밥상머리 교육이 실종된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