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사원 갈등 책임소재 가려야"…유엔 인권위가 보낸 서한, 무슨 내용?

입력 2023-08-23 14:35:08 수정 2023-08-23 21:38:18

유엔 인권위, 인권침해 확인되면 관계자 책임 촉구
무슬림 측 "유엔의 결정이 마지막 희망" vs 주민 측 "우리 생활권 우선돼야"

지난 22일 오전 7시쯤 찾은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설현장. 공사현장 내부는 부직포 등으로 가려져 있었고, 외부에 있는 냉장고에는 돼지머리 등이 놓여져 있었다. 매일신문 DB
지난 22일 오전 7시쯤 찾은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설현장. 공사현장 내부는 부직포 등으로 가려져 있었고, 외부에 있는 냉장고에는 돼지머리 등이 놓여져 있었다. 매일신문 DB

유엔 인권위원회가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에 관한 한국 정부의 대책을 요구(매일신문 8월 23일 보도)한 가운데 인권침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계자의 책임을 촉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대구시와 북구청 등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가 보낸 서한은 지난 2일 윤성덕 주 제네바 한국 대사를 통해 외교부로 전달됐다.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 의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소수자 문제 특별보고관이 공동으로 보낸 서한에는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방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주의를 요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내 소수 종교인 무슬림에 대한 혐오 발언과 관련해 유엔 인권위가 접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한에는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됐다.

유엔 인권위 측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제18조 1항, 제19조, 제20조, 제21조를 예로 들며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옹호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에 발표된 '라파트 선언'에 따라 차별, 적대감 또는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선 국가가 혐오발언을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가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이 상황을 명확히 하는 것이 본인들의 역할이라며 이 서한과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모든 답변을 인권이사회에 제출되는 보고서와 웹사이트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60일 이내에 답변해줄 것을 요청한 유엔 인권위 측은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한국 정부에 인권침해 등을 중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임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관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계자들이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슬람사원 건축주 측인 무아즈 라작 무슬림유학생 공동체 대표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탓에 우리에게는 사실상 유엔의 결정이 마지막 희망"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금껏 겪었던 재정적, 정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정서의 차이를 겪고 있는 본질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오히려 인권위 등이 개입하면서 갈등의 양상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주민들은 종교를 탄압하는 것이 아니다. 이슬람사원이 주택가 한복판에 지어져 우리 생활권이 침해되고 있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