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마다 행복해지기 위해 그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더구나 개인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고, 행복을 만들어 가는 여정 자체가 행복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행복은 다른 사람이 대신 만들어 줄 수 없는 자기 몫이다. 그렇지만 저마다 만들어 가는 행복의 여정은 사회 속에서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사회가 얼마나 개인의 행복한 삶의 공간이 되어 주는가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사회는 구성원 각자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하는 일에 귀천 없이 사회적 역할을 인정해 주고,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며, 정직하고 바른 뜻으로 사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그런 사회여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개인이 성실하게 노력하고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기만 하면 각 개인마다 행복해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 보이지만 실제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4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리서치가 원효사상의 의뢰로 올 7월 30, 31일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의 행복감은 38.9%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불행하다는 국민은 15.0%다. 그냥 그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44.6%)는 것이다.
이번 국민 행복감 조사를 과거 조사와 비교해 보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조사 방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2017년도 11월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 행복감은 51.8%였고, 2018년 11월에는 59.6%였다. 올해 국민 행복감 38.6%는 5년 전과 비교해 보면 21.0%포인트나 낮다. 조사 방법이 다르기는 해도 하락 폭이 매우 크다.
그럼 왜 국민들은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유일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17년에는 2만9천745달러였고, 2018년은 3만1천349달러로 선진국 기준으로 여긴 대망의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2022년 국민소득은 3만2천661달러로, 2021년의 3만5천373달러보다 2천712달러가 하락해 하락 폭이 7.7%포인트나 되었다. 같은 기간 물가나 주택 가격도 예년에 비해 더 높은 상승 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시기이다. 아무리 행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생활을 해 오던 것과 달리 소득은 줄고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만이 아니다.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국민들이 우리 사회가 정직한 사회라 생각하는 응답은 25.5%인 반면, 69.9%는 정직하지 않은 사회라 답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정직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더 잘사는 사회라는 응답이 52.7%나 되는 반면, 결국은 정직한 사람이 잘되는 사회라는 응답은 25.5%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국민들이 아무리 행복의 요건은 물질적 소유나 사회적 성취(34.3%)가 아닌 개인의 마음에 달렸다(48.8%)고 생각하여도 자신들이 사는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그래서 역대 대선에서 이 문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후보가 모두 당선되었다. 박근혜는 원칙이 선 자본주의, 법치사회,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국민행복사회, 문재인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윤석열은 상식과 정상을 내걸었다. 이는 그 이전 정부에서 기본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당선 때는 이전 이명박 정부가, 문재인 당선 때는 이전 박근혜 정부가, 윤석열 당선 때는 이전 문재인 정부가 그러했기 때문에 각 후보들이 비슷한 기본과 원칙의 비전으로 당선되었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 되기 참 쉬웠다. 그러나 그렇게 약속한 두 대통령의 임기 말 결과를 보면 대통령 하기가 대통령 되기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럼 윤석열 정부는 어떨까? 분명한 것은 임기 말 차기 대선 후보가 또다시 기본과 원칙의 콘셉트를 들고나온다면, 역시 전임 두 대통령과 다르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회만 되어도 어느 정도는 행복해질 수 있는 국민들의 행복감이 떨어졌다는 것은 대통령 임기 중반기에 우리 사회가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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