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배려 몸소 실천…다시 태어나도 부모님의 자식이고 싶습니다"
4남3녀의 막내 아들 해진이가 이렇게 어머니께 인사 올립니다. 아직도 어머님 산소를 찾으면 설레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눈물이 글썽거리며 한참동안 멍하니 넋을 잃고 있습니다. 막내라 어머님과 지낸 시간이 짧지만 어머님의 사랑, 아니 부모님의 가르침과 사랑은 어느 누구보다 많이 받았습니다.
새벽 별보고 나가시면 저녁 달보고 집에 오시는 게 일상이었던 부모님…. 이토록 열심히 사신 덕에 조부님께 상속받은 800여평의 밭을 2만여 평까지 늘리셨지요. 아직도 고향 어르신들께서 어머님 칭찬이 자자합니다. 큰 형수가 시집와서 시어른분들의 많은 농사일과 자식사랑에 감동을 받아 모 라디오 프로에 사연을 보내 채택되었지요.
그 시절은 아들을 중시 여긴 탓에 우리 4형제는 초등5년 가을이면 대구로 전학을 보냈지요. 딸들은 중학교를 마치면 대구로 전학보내 오빠, 동생들 밥 해주면서 학교를 다녔지요.그 당시 청송에서 대구까지는 5시간 가량 소요되었는데 자가용이 없는 시절이라 주말이나 방학 때 시골을 다녀올 때는 양손이 부족할 만큼 쌀, 된장 등 식자재를 들고오곤 했는데 요즘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입니다.
배고픈 시절이라 시골 청송에는 거지들도 참 많았고 저희집은 농사일이 많아 머슴(일꾼)도 여럿이 있었습니다. 유독 저희집에 거지도 많이 찾아오고 머슴들도 저희집에 숙식하기를 원했지요. 아버님이나 자식들과 겸상은 아니지만 거지,머슴에게도 저희들이 먹는 밥,반찬을 똑같이 주셨었습니다. 늦게는 거지들이 미안해서 어머님께 "이렇게 대접하는데 일이라도 돕고 싶다"며 감사함을 표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어머니는 나눔과 배려,인성을 몸소 실천하셨지요.
늘 강조하신 것은 "사람 차별하지 말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 주라"며 가르쳤습니다. 단순한것 같지만 저도 큰 배고픔이나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지금도 어머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여러 복지관 후원금, 인재육성재단에 후원 등을 통해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구에 살고 다른 남매들은 청송에서 먼 서울,부산 등지에 거주하니 농사철이나 태풍이 지나가면 늘 저에게 호출신호가 옵니다. 물론 일손도 부족하지만 막내라 보고싶기도 하셨을테고 다른 형제들은 멀리서 와야하니까요. 저는 기본 2박3일은 일손을 돕고 마지막날은 인근 안동이나 영덕 바닷가를 찾아 맛난 음식을 대접하곤 했지요.
사법시험에 합격한 형님도 있고 다들 화이트칼라로 살아가지만 부모님 생전 그 흔한 제주도 구경도 못 시켜 드렸는데 제가 결혼하고 다음해에 100일이 안 된 딸을 처형께 맡겨두고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얼마나 좋아하셨으면 고향 어르신들께 자랑을 많이 하셨더군요. 사실 5성급호텔에 고급렌트카에 최고급 요리집에 모셨으니 자랑할 만도 했을겁니다.
집사람과 자녀들 데리고 월 2회는 시골 부모님을 뵈러 갔습니다. 집사람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나면 그 이후 새벽까지 엉망(?)인 부엌 청소에 밤을 새다시피 하고 아침 밥을 준비하고 모아둔 빨랫감은 시골 빨랫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그리고 어머님과 읍내의 온천을 찾아 등을 밀어주고,미용실을 찾아 머리 손질까지 딸처럼 참 잘했지요.
하지만 고부 간, 모자 간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하고 영원한 이별을 했습니다. 어머니 생전에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내가 죽으면 느그들 아쉬운게 참 많을거다"라고 하셨는데 하나 둘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김치, 참기름, 장 종류 등 어머님의 손맛이 어디에도 맛볼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어머님이 해주신 손두부, 조청, 식혜, 동동주, 시래기국 등 전통음식은 지금도 그립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어머님! 저희 7남매는 다들 잘 지내고 친손, 외손들도 다들 공부도 잘하고 반듯하게 좋은 직장 다니고 있으니 하늘 나라에서 아버님과 편히 즐겁게 지내십시요. 참! 70세가 넘은 큰누나의 자녀들이 외할머니를 인생에 롤모델로 생각하고 다들 좋은 자리에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어머님과의 생전 이야기를 한 달을 해도 다 못하겠습니다. 저희 다시 태어나도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님, 아버님! 육신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가르침은 살아가면서 실천하고자 합니다. 곧 다가올 성묘에 인사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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