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혐오와 저주의 정치

입력 2023-08-20 21:11:34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고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인가?'

진보 진영의 대구 폄하와 혐오가 도를 넘어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사제들이 주도한 시국 기도회가 '친일 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8일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열렸다. 그들에게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거나 '정치 양아치들의 힘의 원천이며 몰상식하고 무도한 패거리들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는 지역 패권주의자들의 자궁과도 같은 곳'(민주노총 산별위원장)으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대구경북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나? 광주와 전라도가 압도적 몰표를 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침묵하면서 보수 진영이 대구경북을 정치적 기반이자 자양분으로 삼는 것은 비난받을 일인가? 물론 선거 때마다 특정 지역이 특정 정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 현상은 아니다. 대구와 광주의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당위론이다.

대구에도 진보적 인사들이 많다. 김부겸 전 총리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도 한 대구다.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대구가 바뀐다고 대한민국이 바뀌지는 않았다. 진보 진영은 대놓고 '대구경북 혐오, 보수 혐오'를 양산한다. 대구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수 성향으로 매도하곤 한다.

상대를 미워하는 정도를 넘어 죽여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저주가 일상화되고 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면 전용기 추락을 기원하는 사제가 줄을 이었다.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하자 한 유명 칼럼니스트는 '살(煞)을 잘못 날렸다'는 저주를 서슴지 않았다. 페미니스트이고 장애인과 약자를 대변한다며 진보를 자처하는 자의 민낯이다. 상중(喪中)에는 정쟁도 하지 않는 것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개딸'들은 가수 노사연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상 조문에 나섰다며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부친상을 당한 윤 대통령을 향해 위로나 조문이 아니라 '기쁜 광복절'이라는 등의 저주가 담긴 패륜 막말이 '재명이네 마을'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재명 후보가 낙선하자 '이틀간 소주를 마시고 절망했다'는 어느 판사에게도 '기쁜 광복절'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