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생활지도는 가능하지만…체벌·벌 청소·기합 등은 앞으로도 불가

입력 2023-08-17 15:38:47 수정 2023-08-17 21:10:42

교실 밖 분리 기준, 방법 등 개별 학교 학칙으로 정해야
'아동학대 신고 우려' 교사들 부담 크게 줄 것

[그래픽]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그래픽]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 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고시에 따라 앞으로 교사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정당한 방식으로 제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던 칭찬도 가능해진다.

◆체벌, 벌 청소 불가…특정 학생 칭찬 가능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고시안에는 교원들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교육 활동을 방해한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 ▷교실 내 지정된 위치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 ▷정규 수업 이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 분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교실 밖으로의 분리 기준과 방법 등은 각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개별 학교의 교육 철학이나 교실 문화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학칙으로 담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고시안에 따르면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2회 이상 주의를 줬는데도 학생이 이를 무시하면 물품을 분리 보관할 수 있다.

학생이 교원이나 다른 학생, 교직원의 생명·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등 긴급한 경우 학생을 붙잡는 등의 물리적 제지도 허용된다. 다만 훈육 목적이라도 체벌은 안 되며, 벌 청소도 학생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단체 기합과 같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행동도 기존과 같이 전면 금지된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과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행위도 가능해진다. 학생 동기 부여를 위해 칭찬이나 상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특정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높았다. 다른 학생들이 이를 차별로 인식하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원과 보호자의 상담은 일시나 방법을 사전에 협의해야 하며, 교원의 근무 시간·직무 범위 외 상담은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건전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생활지도는 할 수 있으며, 세부 내용은 학칙으로 정하게 된다.

교사는 필요한 경우 학부모에게 학생에 대한 치료·상담을 권고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교사가 지도 과정에서 학생 발달 문제를 발견해도 학부모에게 전문검사나 치료를 권하기 어려웠다.

보호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사의 권고를 거부하지 않도록 불응 시 조치 규정도 신설했다. 권고를 두 차례 했는데도 학부모가 따르지 않으면 교육 활동 침해행위로 볼 수 있으며, 관련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발표할 '교권보호 종합 방안'에 학부모가 잘못했을 때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약속 ▷특별교육 ▷심리치료 등의 조치 사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중등교육법 대상에서 제외돼 교권 보호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유치원 교원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제정된다. 유치원 원장이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해 유아 출석정지·퇴학 등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교사 아동학대 위험 부담 줄어드나

교육부가 교사들의 구체적인 생활지도 방식을 규정한 것은 최근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해졌음에도, 교원들이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호소를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전국 교원 2만2천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7.7%가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육 활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정서적 아동학대의 기준이 모호해 교원들이 아동학대 신고에 무방비로 시달린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교육부는 이번 고시를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우려하는 교사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이 고시대로 생활지도를 하면 아동학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됐을 때 조사·수사로 이어지고 그 후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지자체 등과 협의하고 있다. 고시가 제정되면 조사·수사 담당 공무원들의 지침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고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상 20일 이상이던 행정예고 기간을 18일부터 28일까지로 열흘간 단축해 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