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교 계명대 교수(산학연구원 원장)
최근 지역 금융의 위기 징후가 예사롭지 않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먼저, 시중은행들의 과점 체제 심화이다. 지방은행들의 총자산 증가율 추세는 감소하고 있으며, 여신 점유율은 2015년 이후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전체 여신 가운데 40% 정도를 기업대출에 할애하고 있으나(중소기업대출 38%), 지방은행들은 51~70% 사이를 설정하고 있다(부실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대출 60% 이상). 또한 지방은행 수신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2018년 이후 수신 경쟁력이 시중은행 대비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 및 당기순이익 역시 2018년 이후 시중은행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둘째, 법 및 제도적 지원 체계 부재이다. 중소기업대출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대출 비율을 준수하고 있으나, 지역 경제 악화로 인해 규모의경제 효과가 적은 지방은행들이 비율 준수에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아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의 제정으로 이전 대상 공기업들이 대부분 지방으로 이전하였으나,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내에 지방은행 거래를 일정 부분 의무화하는 정책이 없다. 이에 거의 모든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은 기존의 시중은행을 통한 금융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고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으나, 연신 고배를 마시고 있다.
셋째, 지방은행들의 시장 기반 및 경영 역량의 문제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 및 핀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지방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또한 지역 금융의 수요 한계로 인해 성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으며,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착도 예전 같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 금융의 글로컬화에 대한 수요자들의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역 금융의 활성화는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먼저 시중은행들의 과점 이익 구조를 정부가 나서서 개선하는 일이다. 금융산업의 경쟁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완전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을 확인하여 처방전을 내려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는 언제나 독과점의 함정에 노출되기 마련이며, 이 경우 소비자들의 복지는 줄어든다. 이에 정부는 지역 금융의 활성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과점 이익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31년 만의 시중은행 등장은 기존의 과점 구조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어 법 및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중소기업대출 비율 제도에 따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에 제한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반드시 준수하기는 어렵다. 제도는 따라야 하지만 생존에 위협으로 작용할 뿐, 유지에 따른 혜택도 없다.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실제적으로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법적 개선이 요구된다. 바로 지방은행 거래를 적어도 일정 수준까지는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의 이행 여부가 이전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도 적극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지방은행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다. 무엇보다도 자체 인지도 개선 및 서비스의 차별화가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및 모바일 금융의 확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체계적인 경쟁 전략의 수립 및 실행과 함께 글로컬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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