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 역명 “지역활성화 위해서는 행정구역명 고집해선 곤란”

입력 2023-08-13 16:21:31 수정 2023-08-13 20:15:13

대학명 역사 "하양 활성화에 역할 大, 앞으로도 공존할 것"
역사(驛舍)를 문화공간으로…대학들 '역명유치제안서'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 구간의 토목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총 8.89km 구간의 1호선 경산 하양 연장 공사는 내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4월 경북 경산시 경일대학교 앞에 1호선 정차역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 구간의 토목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총 8.89km 구간의 1호선 경산 하양 연장 공사는 내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4월 경북 경산시 경일대학교 앞에 1호선 정차역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도시철도 역명 제정 기준은 한마디로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한 것'일수록 좋다. 대개의 역명이 행정구역명에서 오는 까닭이다. 다만 듣도 보도 못한 행정구역명이면 이질감이 커진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안심~하양)에 들어설 3개 역사의 주소지에 근거해 이름 붙일 경우 사복역-부호역-금락역이 된다.

그러나 지역적 특성을 살린다면 여러 가지가 가능해진다. 사복역의 경우 혁신도시를 지척에 둔 덕에 '혁신도시역'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부호역도 마찬가지. 경일대와 호산대가 코앞에 있다. '경일대·호산대역'이라는 명명이 즉각적이다. 금락역도 '대구가톨릭대역'으로 바꿀 수 있다. 랜드마크가 있거나 상징성을 띤 건물이 있는 경우나 이용객들에게 더 인지도가 높은 건물이 있다면 더 확실하다. 대구은행역, 경대병원역, 영대병원역이 대표적이다.

◆'학교명=역명', 혁신과 변화의 이미지

대구도시철도 2호선 영남대역이 경산시 대동에 있다고 해서 대동역이라 명명됐거나, 2호선 계명대역 대신 신당역이라 불렸다면 상식과 벗어난 작명 방식이라는 집중포화를 맞았을 공산이 크다. 역사 앞에 뻔히 영남대와 계명대가 보이는데 굳이 행정구역명을 고집한다는 건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어서다.

대구시 도시철도 역명 제정 기준에는 '지역주민 다수가 동의하는 경우 대학명을 역명으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 인근 대학들도 당위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명을 역명으로 사용하면 역동적인 이미지와 유동인구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학교명을 역명에 바로 넣은 경우는 적잖다. 대학의 부지가 역사에 포함될 경우 보상 차원에서 학교명을 역명으로 쓰기도 한다. 서울의 동대입구역, 건대입구역, 고려대역이 대표적이다. 6개 노선을 갖고 있는 부산도시철도 역시 8개 역이 대학명으로 돼 있다.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은 부기하는 역명까지 '동명대학교'다. 대학명 3개로만 구성된 역명이다. 영산대역, 부산대역은 역사와 학교의 거리가 500m를 넘지만 대학명이 역명으로 정해졌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에 접한 대학들은 단순히 행정구역명으로 역명을 정하는 것에 대해 완강히 반대 의견을 보인다. 지역공헌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양 지역 대학들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추진 단계부터 관계기관에 필요성을 설득하고 지역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것이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기획처장은 "수도권 인구 집중과 학령인구 감소 등 지방대 소멸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대학명을 역명으로 정하는 건 지자체, 주민, 대학이 상생하는 방식으로 봐야 한다"며 "대학이 밀집된 지역으로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해 청년 정주, 상권 활성화, 지역문화 창달 등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경북 경산시 하양읍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 정문 앞에 1호선 대구가톨릭대역을 알리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4월 경북 경산시 하양읍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 정문 앞에 1호선 대구가톨릭대역을 알리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역공헌도 감안한다면

실제 하양읍민 일부는 대구가톨릭대가 1984년, 경일대가 1994년 캠퍼스를 이전해 하양읍 상권 활성화와 인구 유입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1955년 하양본당 주임신부로 온 고 이임춘(1927~1994) 신부는 어려운 주민들을 먹이고 치료해 지금도 그 공덕을 추앙받고 있다. 그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 설립한 대구가톨릭대 사범대학 부속 무학중·고등학교는 3만 명에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한 바 있다. 경산 하양권 인재의 산실 역할을 해온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구가톨릭대와 경일대는 역사(驛舍)를 기존 역사들과 다르게 직접 꾸미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민다. 역사 개발에 뭉칫돈을 투자해 주민들이 역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벽화 등을 그리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존 역사와 차원이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캠퍼스 일부를 공유하는 데도 거칠 것이 없다는 자세다.

두 학교는 이러한 계획이 담긴 '역명유치제안서'를 경산시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학교는 "역사를 학교 홍보 용도로 쓰는 게 아닌 지역민들이 문화시설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콘텐츠를 대폭 살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고, 캠퍼스 일부도 경산시와 논의해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도 지역공헌도로 역명을 바꾼 경우가 있다. 2014년 특혜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문전역을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으로 바꾼 것이다. 개통 당시 문전역이던 역명은 행정구역명인 문현동과 전포동에서 온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은행이 지역 대표 은행으로서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했고, 기업 활동을 통해 부산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한 번 정한 역명이 영원한 건 아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성당못역은 22년 가까이 쓰이다가 서부정류장역으로 2019년 변경됐다. 역사가 성당못과 먼 데다 이용객 상당수가 서부정류장을 이용한다는 점이 감안됐다. 같은 해 3호선 신남역은 청라언덕역으로 바뀌었다. 대신동과 남산동에 걸친 신남네거리에 있어 '신남역'이라 명명된 터였다. 근대문화골목 등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살린, 5년 만의 개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