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주차 인심

입력 2023-08-10 20:28:10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6년도 더 지났는데 서울 근무를 막 시작할 때였다. 과거 대통령실이 청와대에 있었을 때 기자실인 춘추관 옆 주차장은 항상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일찍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날따라 주차장이 꽉 차 동네 골목에 주차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와대 주변 탐험을 시작했다. 대구의 경우, 도심이라도 조금만 헤매고 다니면 주차 단속 걱정이 없는 골목 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생각을 했던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운전면허를 따 꽤 오래 운전을 했으니 어떤 좁은 골목이라도 자신감이 있었다. 청와대 부근 북촌, 경복궁 서편 서촌 쪽으로도 갔다가 다시 동편으로 방향을 바꿔 창덕궁 쪽으로도 나가 봤지만 서울 도심에서는 무료 골목 주차장을 발견할 수 없었다. 생각이 짧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골목 탐험이 시작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결국, 북촌 쪽으로 돌아와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댔다. 대구의 후한 주차 인심을 생각했다가 서울의 '야박한' 주차 환경을 체감한 날이었다.

'주차 인심이 후한' 대구시가 불법 주정차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고 한다. 정부가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구시도 이달부터 어린이보호구역과 상습·불법 주정차 지역을 중심으로 계도보다 단속 위주의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단속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빼들지 않고는 불법 주정차를 막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기자가 서울 시내를 헤매고 다닌 이유가 그러하듯 불법 주정차는 이기심의 산물이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이 불법 주정차를 만든다. 불법 주정차가 이뤄지면 그 구간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의 시야가 막히고 보행권도 위협을 받는다. 불법 주정차가 많은 동네에 가 보면 쓰레기도 많다. 차 틈새로 들어가 용변을 보는 이들도 적잖다.

불법 주정차는 단순히 교통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환경을 나쁘게 만들어 주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이뿐만 아니다. 주민들의 혈세로 힘겹게 뚫은 도로를 몇몇 이기적인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전용 주차장으로 전락시킨다. 다른 인심은 후해도 주차 인심은 박해도 된다. 대구시와 8개 구·군청이 이번만큼은 확실한 법 집행을 해 대구를 멋지게 바꿔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