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 엿가락처럼 휜 영동선…"봉화군 경제 '동맥경화' 유발 중"

입력 2023-08-07 16:07:41 수정 2023-08-07 21:47:38

일러도 내달 15일 복구 마칠 전망…영풍제련소, 15% 감산 후 태백선 우회 운송
산타마을·은어축제 전면 취소에 관광객도 뚝…주민들 "마을에 기차 들어오게 해 달라"

7일 경북 봉화군 법전면의 영동선 철로 유실 현장. 봉화군 제공
7일 경북 봉화군 법전면의 영동선 철로 유실 현장. 봉화군 제공

지난달 극한호우 산사태로 망가진 영동선 철도가 경북 봉화군 경제에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있다. 주력 산업인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수송 능력이 크게 약화했고 산타마을·은어축제 등 관광명소도 그 시계가 멈췄다.

7일 영동선(동해~영주) 철도의 봉화군 법전면~춘양면 구간은 철로 아래 노반 토사가 유실됐거나 엄청난 토사가 철로를 덮은 곳, 철도가 부분적으로 끊긴 곳 등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곧게 뻗어야 할 철로는 엿가락처럼 휘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은하철도 999' 등 만화에서나 볼 법한 형상이었다.

이날 경북도 등에 따르면 극한호우 피해가 컸던 지난달 15일 이후 영동선을 포함해 경북을 오가는 철도 4곳이 일제히 운행을 중단한 바 있다. 영동선과 경부선(서울~부산), 중앙선(청량리~안동), 경북선(영주~김천) 등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철도물류 수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주문했지만, 타 노선이 지난달 21~27일 모두 운행을 재개한 가운데도 영동선만큼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영동선은 지난 1930~40년대 일제강점기에 설치한 철도다. 현대와 달리 노반 다지기 작업을 하지 않은 탓에 철로 하단 노반이 약했고, 이에 복구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은 일러야 내달 15일쯤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전지사업이 가능한 TSL라인이 설치된 봉화 석포제련소 3공장 전경. 영풍 제공
2차 전지사업이 가능한 TSL라인이 설치된 봉화 석포제련소 3공장 전경. 영풍 제공

생산품을 철로로 수송하던 영풍 석포제련소는 15% 내외 감산체제로 들어섰다.

그간 석포제련소는 생산한 아연을 일일 약 1천200~1천500여 톤(t)씩 영동선을 통해 울산 산업단지 온산제련소로 수송, 보관 및 처리해 왔다. 지금은 쌓여가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달 29일부터 영동선 대신 태백선으로 우회해 일일 900여 t을 온산으로 수송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 400여 t이 공장 탱크에 쌓이고 있다. 석포제련소의 저장 능력(3만여 t)을 고려하면 재고를 오래도록 보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임시방편으로 태백선 우회 방법과 육로를 통하는 방법을 이용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타마을 등 봉화 최대 관광지도 비상이다. 철로가 망가지고 지역 내 사망자도 4명이나 나오면서 올해 '한여름 산타마을' 및 '봉화 은어축제'는 개장식을 모두 취소했다.

영동선을 통해 간이역 분천역을 찾던 전국 각지 관광객들 발길이 끊기자 철로에 기대던 이 마을 상권도 무너졌다. 축제 기간 사용하려던 대량의 은어는 최근 40% 할인 판매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결했으나 이 또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7일 경북 봉화군 법전면의 영동선 철로 유실 현장. 봉화군 제공
7일 경북 봉화군 법전면의 영동선 철로 유실 현장. 봉화군 제공

참다못한 주민들은 "강원 태백과 충북 제천을 잇는 태백선을 이용해서라도 마을에 기차가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며 교통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봉화군은 일단 철도 이용객들 불편을 덜고자 봉화 법전면과 춘양면을 잇는 대체 버스를 하루 4회 제공하고 있다.

김규하 봉화군 기획감사실장은 "현재 코레일과 협의해 태백선을 통해 우회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측은 "영동선 춘양-법전 구간은 선로복구에 60일 정도 소요될 전망"이라며 "이곳을 통하던 철도 화물에 대해서는 한동안 대형 화물차로 육로 수송하는 방안을 화주들과 협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