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요즘 핫한 뉴스는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과 새만금 잼버리다. 노인 폄하 발언 때만 해도 김 씨는 양이원영이란 우군을 얻었다. 그러나 '윤석열 치하에서 금감원 부원장 임기를 마친 것이 치욕스럽다'는 오기를 부렸다가 폭망했다. 재미 작가 김지나 씨가 블로그에 '저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시누이입니다'란 글을 올린 탓이다.
김지나 씨는 오빠와 결혼한 김 씨가 독일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었던 이유, 아버지와 사업을 하던 오빠가 투신자살한 후 듣고 보게 된 사실, 그 사업체가 김 씨 남동생 명의로 전환된 사실, 아버지도 오빠처럼 자살했는데 금감원 부원장이던 김 씨는 부조만 챙겨 놓고 18년간 시부모를 모셨다는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오빠 상(喪) 때 200여 명이 넘는 오빠 친구가 조문을 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고도 밝혀 놓았다.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는 여러 기관이 뒷조사를 한다. 인사가 만사인데,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이 갈등을 모르고 그를 부원장에 임명한 것일까.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육사 출신의 조동연 서경대 조교수를 상임 선대위원장에 영입했다가 혼외자 문제가 밝혀져 패를 봤다. 이 대표는 숱한 게이트로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혁신위원장을 찾았다. 그렇다면 신중했어야 하는데 덥석 김 씨를 택했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인가.
새만금은 노태우 정권이 준 희대의 선물이다. 그런데 전북은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다. 88올림픽을 유치한 전두환 대통령은 한강을 개발해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바꿔 놓았다. 덕분에 사람들은 세계 대회를 유치하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북은 재정자립도가 꼴찌(23.8%)이기에, 자력으로는 지역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016년 세계 잼버리 유치에 나섰다.
서울 올림픽 후 최대 성공인 1991년 고성 잼버리를 모델로 삼았다. 사전 조사에서 전북은 '설악산 자락이라는 고지대 덕분에 더위를 극복할 수 있었고 주변 산세는 도전 정신 함양이라는 잼버리 목표와 일치했기에 고성 잼버리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인 남원과 무주를 염두에 두고 도전해 유치에 성공했다.
호남 정치는 '일당 지배' 구조이다. 민주당 일색이다 보니 비판적 논조를 견지한 지역 언론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 대회를 유치해 고향을 발전시키자는 주제가 나오면 '쏠리게' 된다. 전북의 총의는 잼버리장을 지지부진한 새만금으로 변경해 그곳을 발전시켜 보자는 것으로 모아졌다. 문재인 정권인 것도 호재였다(2017).
2018년 새만금고속도로 공사(4천239억 원)가 착공돼 잼버리 직전 완공됐고, 이 고속도로와 연결된 지역 도로 건설 공사(1조 1천293억 원)가 시작됐다. 현재 군산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는 없다. 그런데도 예타에서 열 번이나 탈락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밀어붙여 2028년 완공키로 했다(8천77억 원). 문재인 정권은 2조6천55억 원 규모의 '새만금항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아예 '예타 면제'란 선물을 줬다.
그렇다면 새만금 잼버리를 잘 치러야 하는데, 전북은 '물구덩이'를 둔 채 세계의 청소년을 맞아들였다. 잿밥에 팔려 염불을 까먹은 것이다. 이 잼버리가 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민주당 의원들도 알았다. 이원택 의원이 특히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 잼버리는 전북만큼이나 약한 여가부가 맡았는데, 김현숙 장관이 이 우려를 무시했다.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겠다"는 기염을 토하고 개영식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참석하게 했다가 큰 망신을 당했다.
윤 대통령이 김 장관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김은경 씨를 믿은 데에선 '한쪽 보고만 들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주무 부서는 '잘 되고 있다, 상황이 나빠도 대책이 있다'는 보고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제3자 판단이 필요하다.
전두환 대통령은 안기부를 이용했다. '현장 확인력'이 있는 안기부는 박사급 전문가까지 채용해 호응했다. 정확한 판단 보고를 많이 하는 '국내 정보'를 한 것이다. 덕분에 서울올림픽 등은 성공시켰으나, 담당 공무원은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재인 정권은 이를 사찰로 보고 국정원의 국내 정보를 빼앗았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을 없애는 '호응'을 했다. 윤 대통령이 김은경의 실패를 보고도 김현숙의 보고를 믿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많이 답답하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이틀 연속 '소신 정치' 선언에…여당 중진들 '무모한 관종정치'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비수도권 강타한 대출 규제…서울·수도권 집값 오를 동안 비수도권은 하락
[조두진의 인사이드 정치] 열 일 하는 한동훈 대표에게 큰 상(賞)을 주자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대구 수성구 재건축 속도…'만3' 산장맨션 안전진단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