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보는 고사성어]<10>좌고우면(左顧右眄),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

입력 2026-03-05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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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좌고우면한 신규 원전…건설 절차 다잡아야; 경찰…좌고우면 않고 진실 밝힐 것" 등등, 사회에서 직무의 기강과 방향이 흔들릴 때 많이 쓰는 사자성어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은, "왼 좌, 돌아볼 고, 오른 우, 곁눈질할 면"으로,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태도를 비유한다. 원래는 좌우를 살펴봐도 "이만한 게 없지?"라는 식으로 자신만만한 태도를 뜻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앞뒤를 재며 망설이는, 결단력 없는 우유부단함을 비판할 때 사용한다.

이 말은, 중국 삼국시대의 영웅 조조(曹操)가 낳은 가장 똑똑한 아들 조식(曹植, 192~232, 자는 자건(子建))의 글을 모은 『조자건집』(曹子建集)에 나온다. 즉 조식이 박학다식했던 오질(吳質, ?∼230, 자는 계중(季重))에게 보낸 편지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에 이렇게 있다. "한고조의 명신인 소하(蕭何)와 조참(曹參)도 그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무제의 명장 위청(衛靑)과 곽거병(霍去病)도 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여도(左顧右眄)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니, 어찌 군자의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 이 글은 『문선』(文選)에도 실려있다. 이후 '좌고우면'이란 말은 송대 홍매(洪邁, 1123∼1202)가 지방관으로 다니면서 수집하고 들은 이야기를 모은 『이견지』(夷堅志)의 「정지(丁志)・6/사치보(奢侈報)」에도 나온다.

그런데, 좌고우면은, '면' 대신에 '반' 자를 써서, '좌고우반'(左顧右盼)으로 하기도 한다. 즉 당나라 때의 이백의 시 '주필증독고부마'(走筆贈獨孤駙馬: 빨리 흘려 써서 독고 부마에게 주다)나, 양명학의 창시자 왕수인의 영향을 입은 이지(李贄, 1527~1602년)의 『분서(焚書)』나 풍몽룡(馮夢龍, 1574∼1646)의 『경세통언』(警世通言)에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좌고우면은 뇌과학이나 심리적인 면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살필 고(考)'는 보통 긍정적, 중립적인 말인데 '곁눈질할 면(眄)'은 특별한 감정을 담아 슬쩍 '흘겨보는' 것으로, 서로 대비된다. 면과 유사한 말로는 '반(盼), 혜(盻), 예(睨)' 등이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옆으로 흘겨보는 눈을 흔히 '가자미눈'이라고 한다. 특히 오른쪽 눈으로 흘겨보는 행동은 심리학적, 관상학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풀이된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옆으로 움직여 쳐다보는 행동은 호기심이나 의심, 심리적 경계나 불신, 비꼼이나 경멸, 비판적인 태도를 나타내며 사이드 아이(side-eye)라고도 한다.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믿지 못할 때 보이는 비언어적 표현이다.

우리나라 지폐의 초상화나 사당에 그려진 인물상에는 대개 왼쪽 어깨를 더 많이 드러낸 왼쪽 측면상이다. 화가들은 무의식중에 오른쪽보다는 왼쪽 측면상을 그린단다. 이것은 우뇌와 오른손잡이의 합작품이다. 다시 말해서 좌고우면의 '좌고'는 좌뇌와 관련돼 '추리-이성적-분석적 능력'을, '우면'은 우뇌와 관련돼 '직관-추상적-감성적 능력'을 알려준다고 본다.

어쨌든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며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다들 제자리에서 당당하게 앞만 똑바로 보고 가면, 어딜 가든 문제 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