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상하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부르짖던 검찰 개혁의 상징이자 성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수처는 2021년 1월 공식 출범한 지 2년 7개월이 지났지만 그 현주소는 '주소 불명' 상태다.
'검찰 견제'라는 본연(?)의 목표는 고사하고 지난 2년간 280억 원의 예산(2023년 제외)을 쓰고 직접 기소한 사건은 단 3건이다. 대부분 사건을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것으로 공수처는 손을 놨다. 공직사회가 깨끗해진 때문은 아닐 것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와 가족으로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장·차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 광범위하다. 검찰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수처는 무기력했다.
공수처 '1호' 검사 기소로 주목을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사건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 개혁이 완성될 것'이라는 그들(?)의 환상이 깨진 것이다. 대신 단 한 차례도 구속·체포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무능한 수사기관이라는 꼬리표만 남겼다. '고발 사주 의혹'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세 차례 청구한 체포·구속 영장이 번번이 발부되지 않았고, 공수처 1호 인지 사건인 현직 경무관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마저 5일 기각됐다.
형편없는 수사 능력을 입증한 공수처가 더 이상 존재할 이유는 없다. 공수처가 중국의 공안 시스템인 '감찰위원회'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자연스럽게 불식됐다.
그런데도 공수처 출범의 '산파'인 더불어민주당은 '무용론'에 휩싸인 공수처에 연일 고발장을 접수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두 차례 고발했고,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효재 방통위원장 권한대행을 각각 고발하는 등 공수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해한다.
초대 공수처장 임기가 내년 1월 끝난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라는 공수처의 기능을 정상화하거나 폐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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