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는 짝사랑이다. 함께하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다. 다가가면 멀어진다. 어떻게 하면 조회수도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전 세계 모든 크리에이터들은 이 3음절의 단어에 목숨을 건다.
대구의 중심지에는 70살이 넘은 병원이 있다. 이 숫자는 자연스럽게 오래된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하지만 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광고다. 예를 들어 70년의 전통을 '물'에 비유한다면 그것은 썩었다는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소나무에 비유하면 어떨까? 그것은 오랜 세월 굳건히 내 곁에서 그늘을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로 인식된다. 즉, 광고에서 사실은 하나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대중은 fact를 다르게 인식한다.
어쨌든 우리에게 온 손님이 브랜드 이미지를 신선하게 가져가고 싶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유튜브 쇼츠였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병원들이 10분이 넘는 풀타임 동영상을 올릴 때였다. 우리는 반대로 가자고 선언했다. 어차피 의학 상식을 10, 20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안 볼 테니 짧게 핵심만 얘기하고 말이다. 게다가 오래된 느낌이 있는 O병원에서 쇼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시도로 비쳤다. 그리고 의사들은 지루한 이미지가 있으니 간호사 컨셉으로 가자고 말이다. 지금도 O병원에 고맙게 생각하는 건 우리의 제안을 너무 잘 따라와 주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원장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 한다. 그리고 낮은 조회수를 획득한다. O병원에게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자는 나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여 주었다. 그렇게 쇼츠 주인공 역할의 간호사가 정해지고 쇼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컨텐츠는 주로 간호사가 병원에서 겪는 애환에 관한 내용이었다.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혈관이 잘 안 보인다든지, 귀가 어두운 환자와의 대화, 선배에게 혼났을 때 등과 같은 컨텐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을 가는 길에 회사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소장님. 지금 O병원 컨텐츠가 대박이 났습니다" 바로 유튜브를 확인하니 100만 뷰가 넘어 있었다. 흔히들 알고리즘 신이 내린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 선택을 받은 것인지 의아했다.
대박이 난 컨텐츠는 '주사 맞는 환자가 바지를 다 내린 경우 간호사 연차별 대응'이라는 제목이었다. 연차가 쌓인 간호사는 덤덤하게 환자를 대하고 중간 경력의 간호사 멈칫한다. 마지막으로 신입 간호사는 '으악'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다소 유치한(?) 컨텐츠였다. 그런데 글을 쓰는 기점을 기준으로 이 컨텐츠의 조회수는 1,024만 뷰이다. 서울특별시 전체 인구보다 높은 수의 사람이 본 것이다. 몹시 얼떨떨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병원, 법무법인에서 쇼츠 제작 의뢰가 봇물 터지듯이 터지고 말았다. 물론 인력의 한계로 의뢰를 다 받지는 못했지만. 인생에서 한번 볼까 말까 한 1,000만 뷰는 비결은 나름 이렇다.
첫째, 여전히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 간호사의 얼굴이 결정적으로 너무 예뻤다. 누가 봐도 미인상이었고 거기에 경상도 사투리까지 더해져 남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나는 그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래퍼 스윙스가 언젠가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기 있는 셀럽들의 공통점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잘하는 것은 넘어 매력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 사람의 얘기가 더 듣고 싶거든요' 아마 O병원의 간호사도 매력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전파된 것이 아닌가 싶다.
둘째, 사람들은 성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바지를 벗는 컨텐츠 역시 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 사람은 그 반응이 더 궁금했을 것이다. 나의 광고 가슴성형 광고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고를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도 하고 많은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이디어의 기발함은 상을 받을 만했다. 반면, 여성 단체에서는 '자살해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말은 성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셋째, 지속성이다. 우리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알지 못한다. 순전히 묵묵하게 컨텐츠를 만들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1년 만에 떡상하는 컨텐츠를 만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5년이 지나 만나기도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계속 컨텐츠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나카를 존경한다.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는 일본인 컨셉으로 4년 동안 유튜브를 찍고 있었다니 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찍은 컨텐츠의 조회수가 10~20이면 누구나 멘탈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다나카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컨텐츠를 만든 것이다.
기억하라. 유튜브 알로리즘 신을 만나려면 컨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어야 한다. 홈런을 치려면 타석에 들어서야 하고 3점 슛을 성공하려면 슛을 던져야 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운 좋게 그 시기가 빨리 왔던 것뿐이다. 그러니 keep going 하자. 행운은 우리가 자신을 간절히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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