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누구나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오감 작동으로 세상을 감각한다. 오감은 시각과 청각,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이라는 다섯가지 감각이다. 이 감각은 여럿인 동시에 하나다.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가장 높이 있는 것은 눈이다. 저마다의 역할이 분명한 오감은 선순환을 통해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이 가운데 눈은 시·지각을 통해 보고 판단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바로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다.
특히, 시각예술을 감상하는 순간은 작품과 그것을 보는 나와의 대면이다. 이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미술품과 나 사이에 놓인 친밀감 혹은 거부감 등등의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서 무엇을 보고 어떤 마음이 생기는지, 그런 자신과 대면하게 한다는 점이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면서 작품과 마주하는 것은 그 속에 비친 나를 보는 시간이다. 그것은 선입견과 마주하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일 것이다.
대중음악이나 대중영화에 비해 독창성이 강한 순수예술을 감상하는 것에는 거리감을 느낀다. 자주 접하지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에 전시나 공연공간이 있어도 감상을 하거나 얘기를 나누는 환경이 만들어 지지 않아서다. 미술관은 마음먹고 가야 할 만큼 거리가 있기도 하고 숙제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가서 보는 경우가 드물어 미술품을 통해 시지각적 경험을 쌓아 안목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생활시스템과 소통방식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현실에서 시지각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대의 전환은 변화된 경험과 변화된 세계관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대미술은 태생적으로 익숙한 것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미술과 나 사이에 놓인 거리는 착시와 착각에 대한 시지각적 인식의 경계를 어떻게 보고 감각하는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현대예술이 보여주는 평면과 설치 그리고 영상 등 다양한 창작행위는 그 자신이 경험한 시지각적 비전이 담겨있다.
미술에서 전통과 현대의 관계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를테면 전통은 극복의 대상이자 동시에 문화적 뿌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승과 반발작용이라는 양면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현대예술의 특징이 강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예술가는 상투적인 세계를 벗어나 경계너머에 세워 두는 노력을 통해 변화의 시대를 호흡한다. 이처럼 창작은 현실을 보고 감각하는 사색의 결과물이다. 예술 감상은 마음의 창을 열고 작품 속에 비친 너 혹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나아가 보고 듣고 말하는 가운데 마음의 창을 열고 안목성장이 가능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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