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경제인을 만나다] <28> 김진구 해내음식품 대표이사 “대기업 넘볼 수 없는 감칠맛 승부”

입력 2023-08-11 17:35:15 수정 2023-09-09 21:29:31

“‘나 따르라’ 보다 책임·섬김의 리더십 절실”
26년간 전통 장·소스류 제도…대기업도 따라 못할 깊은 맛
中·美·프랑스·파라과이 수출

김진구 해내음식품 대표는
김진구 해내음식품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쫓아올 수 없는 순발력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어머니의 장맛을 늘 잊지 못한 김진구 해내음식품 대표이사는 집집마다 미묘하게 다른 장류의 맛을 자신만의 노하우와 성실성으로 표준화해 회사를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인천에만 1천2백개가 넘는 식품회사 중 해내음은 맛있고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명품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 대표는 "비전의 방향성을 얘기하면서 효율적·합리적인 가치를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에게는 "TK에는 옳다고 믿는 일에 타협하지 않는 보수의 힘이 있다"라면서도 "'나 따라와' 가 아니라 책임과 섬김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해내음을 소개해 달라.

▶전통식 장류(된장·고추장·간장)와 소스류를 제조하여 국내 수도권을 비롯해 중부권과 중국·미국·태국·프랑스·파라과이 등에 수출을 하는 26년 된 식자재 제조 전문 유통업체다. 강소식품기업이라고 자부한다. 브랜드는 '해내음'과 '예나지나'이다. 전통장류 생산은 물론 시대에 부응한 소스류, 경기도 파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시골집 참기름류와 고춧가루, 그리고 해내음 자가 상표의 OEM(주문자생산방식) 제품과 순수 국내산 액젓(젓갈)·쇠고기 다시다 등 다품목 소량 체계의 물류경쟁력으로 강소기업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내음에서 생산한 장류 앞에서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는 김진구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해내음에서 생산한 장류 앞에서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는 김진구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해내음 만의 경쟁력은.

▶식품, 특히 장류는 습관성·중독성이 대단히 강하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이 넘보거나 따라 할 수 없는 숙성발효가 잘 된 장맛과 소스류의 깊고 감칠맛 나는 기능성으로 차별화된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또 다품목 소량 물류체계로 탄력적인 대리점 물류배송 고객서비스 대응을 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식문화에 적용되는 여러 유통채널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는 게 강점이다.

-해외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

▶한동안 중국과 활발히 해왔다. 지난달 28일~1일 FTA(자유무역협정) 지방경제협력 시범도시인 중국 웨이하이시(市)에서 개최된 '제3회 한국 수입상품 박람회'에 인천 식품기업 5개사와 함께 참여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태국·파라과이 등에 수출한다. 한류(韓流)에서 보듯 K푸드가 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제 비빔밥이나 떡볶이, 이런 걸 좋아하지 않나.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려서 고향 군위장터 5일장에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다니던 추억이 새롭다. 장독에서 퍼온 된장찌개를 구수하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세대가 바뀌며 점점 그 맛이 잊혀가는 게 아쉬웠고, 전통장류의 대중화를 이어가고픈 마음이 있었다. 결정적으로는 젊었을 때 한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생산과 대리점 관리를 해봤는데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 생겼다.

-위기는 없었나.

▶1997년 시작했는데 겨울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를 당했다. 다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돌려막기에 난리였다. 부도난 어음을 받기도 했고…. 손 벌릴 곳은 형님·누님 밖에 없기에 신세를 많이 졌다. 충격이 5~6년 갔는데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식품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곤 하는데.

▶식품 위생안전은 식품인의 양심을 지키는 기본이지만 장류다 보니 아무래도 '손맛 장인'으로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시스템이 용납을 하지 않고,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기 힘든 시대이다. 수출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해썹(HACCP·식품 위해요소 집중관리 기준)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푸드테크'라고 하여 식품위생 안전을 넘어 육성산업으로 생산·마케팅·물류·소비까지를 아우르는 식품산업진흥으로 가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식약처 관리가 세계 5위권에 들만큼 소비자 인식수준이 높아져 있다. 저희 해내음식품도 손맛 장인에서 위생이 안전한 식품을 더한 최선의 제품을 연구·출시하고 있다.

김진구 대표는
김진구 대표는 "공동체에서 규율에 엄격하고 공정해야 관계의 진정성이 발현된다"고 밝혔다. 이무성 객원기자

-삶과 경영 철학은?

▶관계와 소통을 중시한다. 인자무적(仁者無敵·어진 이에게는 적이 없다)이라고 했다. 아무리 옳은 것도 관계를 그르치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관계는 '열린 주머니'와 남을 배려하는 습성, 그리고 유머러스한 간접화법 리더십이라 믿는다. 김 대표는 "일 중심과 관계중심이 있는데 수리영역보다 관계중심의 인본주의 성향이 맞는 것 같고 그것이 지도자의 성향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 사람이 좋기만 한 게 아니라 공동체에서 규율에는 엄격해야 하고 공정해야 관계의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해내음이 사람과 기업을 세우고 살리는 컨설팅 마인더를 지향하는 목표의 출발점이다. 그는 일을 벌이면 꾸준히 하는 성실성과 사람 간 의리를 중시한다. 도전이나 역동성을 보이다가도 보수적인 성향에 더러 움찔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 사는 주어진 인생을 허비할 수 없어 스스로 변화를 주려는 크고 작은 의식·시도·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활발한 소통 행보가 관심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는데 최소 한 달이 걸리는데 아랫사람이 윗사람 점수를 매기는 데는 3일이면 된다고 한다. 리더의 기본 덕목은 솔선수범이고, 말 잘 통하는 것이 소통이라지만 말 안 해도 잘 돌아가는 공동체의 소통이 최고다. 이걸 시스템이라 한다면 그렇게 되기까지 끊임없는 리더의 솔선수범과 교육, 애정어린 잔소리가 수반돼야 한다. 다만, '내 회사→가족 같은→업무 강요' 식의 '꼰대'는 곤란하지 않을까. 꼰대소리 들을 작정하고,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해도 끊임없이 책임 소재와 비전의 방향성을 얘기하면서 효율적·합리적인 가치를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섬김과 배려가 전제돼야겠지.

-대표님에게 고향은 어떤 곳인가?

▶평소 위염이 있어 소화가 잘 안됐다. 그래서 식사를 천천히 하는 편인데 고향 내려가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 체하지를 않았다. 고향은 한없는 안식과 위안이다. 향우회에 가서 선배 어르신이나 후배를 보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확 풀린다.

-고향에는 더러 가는지?

▶자주 찾지는 못한다. 어머님 같은 큰형수님만 계시지만 친척·고향친구가 있고, 초중고를 다녔으니 잊힐 리 있겠나. 특히 대구경북신공항이나 군위의 대구편입 같은 뉴스가 나오면 신경이 곤두서고, 반갑다.

-대구 경북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 달라.

▶TK 태생들이 갖고 있는 리더십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타협하지 않는 보수의 힘이다. 손해가 나더라도 잔머리 안 굴린다. 저도 정신은 TK지만 이제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작금의 사회 위기는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감히 진단을 감히 해본다. '나 따라와'라며 앞장선다고 해서 모두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책임과 섬김의 정신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해내음식품 전경. 수출은 물론 수도권과 중부권 소비자들의 입맛에 맛는 장류 등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해내음식품 전경. 수출은 물론 수도권과 중부권 소비자들의 입맛에 맛는 장류 등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진구 해내음 대표는 누구?

어린 시절 군위읍에서 자랐다. 산골짜기나 도시에서 만날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끼며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그에게 읍이란 시골(강·개울)과 도시(바다)를 잇는 중간 쯤에 위치해 있는 어느 곳이다. 극장이나 목욕탕·정류소·군청·사진관 등등을 지켜보고 체험하며 읍내야말로 '지구 중심'이라는 인식과 열린 마인드, 개방·개척 정신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오늘날 삶과 사업의 터전이 '읍내'와 비슷하게 바다와 서울을 잇는 인천이라는 사실이 우연만은 아닐 듯하다.

해내음의 사훈은 '푯대 향하여 정진하다'. 해내음의 제품은 전통식재료에 모던을 담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주 참기름공장을 인수합병(2007년)해 제2공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2016년 중국 미추홀유한공사 첫 정식 통관 수출 길을 열었다. 그해 중국 웨이하이시 인천홍보관에 입점했다.

2018년에는 중국 산둥에 장류를 첫 컨테이너 수출했고, 중국 보하大(발해대大)와 사업지원 협정을 맺어 인재 양성과 청년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인천시 우수제조업체 선정·인천시 모범시민으로 시장 표창을, 식품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