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순살 아파트 국정조사' 추진 신중 분위기

입력 2023-08-03 17:55:52 수정 2023-08-03 20:58:49

본회의에서 관철할 '힘' 없고,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국정조사 논의에 시동걸릴 수 있는 점 부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른바 '순살 아파트' 시공 과정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꺼낸 '초강수'(국정조사 요구)를 스스로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극단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이라 현실적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요구서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어렵고, 야당이 정쟁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국정조사요구 카드를 집권당이 만지작거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원내 의석 분포에 대한 현실적 고려는 물론 여당의 품격도 생각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야당과의 이슈 파이팅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김기현 대표를 조만간 설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당 차원의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필요시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지난 2일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건축 이권카르텔이 벌인 부패 실체를 규명하고 배후를 철저히 가려내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대변인단도 전임 정부를 겨냥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하루 만에 당 분위기가 바뀌었다. 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국정조사의 '국'자도 나오지 않았다. 강대식 최고위원(대구 동구을)이 이 문제를 짚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건설 현장의 탐욕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마무리했다.

당내에선 전임 정부에 대한 공격도 좋지만 '부실공사 방지 입법을 외면한 국회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냉소적인 여론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아울러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할 집권당이 정치투쟁에 나서는 야당 전유물로 여겨져 온 국정조사를 입에 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당이 야당과 협상 테이블에 국정조사요구 안건을 올릴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노선 변경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의혹 국정조사 요구서' 논의에 시동이 걸릴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제는 심도 있는 내부 논의를 통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이라 관철할 '힘'이 없다"며 "야당과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원내대표가 신중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검토하겠지만 사안이 시급한 만큼 일단 TF를 통해 진상 규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